'구식'으로 느껴지는 일본 포털 디자인
고맥락 사회에선 오히려 편하게 느껴져
'야후 재팬' 등 일본 포털 사이트 웹디자인은 특유의 산만한 구성으로 악명 높다. 뉴스, 포토, 콘텐츠와 텍스트가 두서없이 배치된 느낌을 줘 검색창 하나만 띄운 구글과는 대조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포털을 사용하는 일본인들의 의견은 어떨까. 한 일본인 웹디자이너가 일본 특유의 중구난방한 포털 디자인이 왜 더 '편리한지' 소개해 주목받는다.
20세기로 점프한 것 같은 일본 웹사이트 디자인
웹디자이너이자 인지과학자인 유튜버 유씨는 최근 자신의 채널에 '일본 웹 디자인: 이상하지만, 제대로 작동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 그는 구글 등 오늘날 전 세계 공용으로 쓰이는 포털과 일본 포털의 디자인 차이를 소개했다.
구글 같은 웹사이트는 첫 화면에 검색창 하나만 띄운 간결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사이트는 다르다. 야후 재팬, 라이브도어 등 일본 웹사이트는 검색창 아래에 사진, 배너, 세분화된 카테고리와 수많은 텍스트가 가득 차 있다.
이를 두고 유씨는 "마치 190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한 것만 같은 디자인"이라면서도 "요즘 웹디자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상해 보이지만, 일본인은 이런 디자인을 더 편하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디자인의 장점…'예상 못 한 결과' 줄인다
왜 일본 웹사이트는 복잡한 디자인을 택했을까. 유씨는 그 원인이 '이용자 경험'의 차이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이용자는 서구권 인터넷 이용자보다 '예상 못 한 결과'에 더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설명을 최소화하고 이미지와 버튼만으로 간결함을 추구한 웹디자인은 유저가 사용하다가 자신의 의도와 어긋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본 포털 사이트처럼 분류를 세분화하고, 이미지와 텍스트로 각 항목의 설명을 구체화하면 이런 불확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씨는 일본에선 인터넷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같은 의도적인 복잡함이 가득하다고 강조한다. 일본식 식당 주문 키오스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적인 키오스크는 음식 사진과 가격, 간단한 설명 등 최소한의 정보만 주고 화면 자체를 간소화하는 데 주력하지만, 일본 식당의 키오스크는 수많은 설명과 알림으로 가득하다. 언뜻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고객이 돌발상황을 맞닥뜨릴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더 '쾌적함'을 느낄 여지도 많다.
문화 차이, 인터넷에서도 영향 미치나
이런 차별성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일본은 서구권과 달리 '고맥락 문화'라는 것이다. 고맥락·저맥락 문화는 의사소통을 할 때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손짓이나 분위기 등)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나뉜다.
저맥락 문화인 서구권은 대체로 직접적인 대화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선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더 잦다는 것이다. 고맥락 문화인 만큼 일본은 서구권보다 좀 더 '친절한' 설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포털 사이트는 서구권 포털 사이트보다 더 세부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유씨는 이 또한 저맥락 문화만의 독특한 특성일 수 있다고 봤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