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공급망 추적 어려워…시행 연기해야"
"美 수출 중단하면 EU 전체 영향"
올 연말 유럽연합(EU)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유럽 전역에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목재·제지 협회는 이같이 주장하며 법률 시행을 연기하도록 EU에 촉구했다.
마크 피츠 미국 목재·제지 협회 이사는 "이 법이 시행되면 목재에서 추출한 펄프로 만든 기저귀와 생리대 등 상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며, 이는 EU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츠 이사는 법안 발효 전부터 몇몇 회원사들의 공급 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펄프 공급망이 너무 광범위해서 모두 추적할 수 없고, 나무를 벤 뒤 섬유로 만들기까지 2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해당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올해 연말로 예정된 법률 시행을 연기하고, 제지 업계가 삼림 벌채 저위험군으로 분류해달라고 촉구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톰 빌색 농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지난 5월 유럽의회에 서한을 보내 규제 적용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EUDR은 목재, 소고기, 커피, 코코아 등 7개 품목의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 산림 벌채와 생물 다양성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다. 해당 품목을 수입·판매하는 기업은 2020년 12월 말 이후 산림 벌채를 통해 전용된 농지 등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EU 매출의 최소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은 흡수성 소재 '플러프 펄프'의 주요 수출국이다. 미국에서 수출된 펄프가 EU 전체 수요의 약 60%를 충족한다. 또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에 따르면 프록터앤갬블과 킴벌리클라크는 유럽의 최대 기저귀 공급 업체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들이 수출을 중단할 경우 유럽 전역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제지 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도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전날 이탈리아 주요 커피 기업 라바차의 주세페 라바차 회장은 EUDR 발효로 커피 산업이 강한 역풍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현재 커피 농장 중 20%만 EUDR을 준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로 인한 커피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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