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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잠을 왜 죽어서 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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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잠을 왜 죽어서 자나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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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갓 졸업한 A는 투잡을 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편의점 알바를 한다. 주말은 토, 일 모두 풀타임 알바를 뛴다. 서울 제기동 오피스텔 월세 70만원과 생활비 등 고정비가 들어가고 1000만원이 넘는 학자금대출을 갚기에는 월급 200만원이 빠듯해서다. 더 큰 꿈은 빚을 빨리 갚고 돈을 모아 조기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을 잔다. 제대로 된 수면시간은 5시간도 안 된다. A는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 은퇴할 수 있다면 사회생활이나 취미활동은 물론이고 잠도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A는 만성두통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적 자립은커녕 생활고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경우도 많고 교대제 때문에 밤샘근무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알바왕’ 이모씨는 외환위기 때 3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하루 24시간 중 2시간 잠을 자고 22시간 노동을 했다. 알바를 많이 할 때는 10개도 했다. 죽을 고생을 하고 빚을 갚고 책까지 내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도 흐트러짐 없이 10년을 아르바이트하며 살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출간 5년 후인 2014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다. 과로와 수면부족 때문에 병을 얻었다는 말이 있었다. 대장암은 수면부족과 관련이 있다.


"시간이 돈"이라며 분·초 단위로 쪼개자는 시(時)테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아침형인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명박정부는 하루 4시간밖에 안 자는 대통령 덕분에 ‘새벽 출근-심야 퇴근-주말근무’의 새벽형정부가 됐다. 청와대와 중앙부처, 공기업, 금융사까지 확산했지만 피로정부·과로정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주 40시간 근로가 정착되고 주 4일 근무까지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수면의 양과 질은 여전히 심각하다. 평균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고 청소년(2019년 기준) 평균 수면시간(6시간3분)은 OECD 권장(8시간22분)보다 2시간 이상 짧다. 앉아 있는 시간이 늘고 잠자는 시간은 줄다 보니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2018년 3.4%에서 2023년 14.3%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수면부족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고 고령화의 복병인 치매의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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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가 5개 국가(미국·캐나다·영국·일본·독일)의 임금 데이터와 수면 부족이 근로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에서 수면부족에 시달린 직원으로 인해 연간 최대 4110억달러(현재 환율기준 566조원), 근무일수 120만일의 손실이 발생했다. UC샌디에이고대학은 "하루에 5시간 미만을 자는 사람은 29%의 생산성 손실을 겪고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58~107%의 생산성 손실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주당 수면시간이 1시간 증가하면 임금이 단기적으로는 1.5%, 장기적으로는 4.9% 증가한다고 했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면 잠을 자야 한다.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은 살아서 자는 것"이다.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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