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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 열전⑨]종이로 가구 만드는 페이퍼팝 "종이침대로 탄소 제로 일상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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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희 페이퍼팝 대표 인터뷰
페이퍼팝 가구 95% 재활용 가능

경기도 하남시의 페이퍼팝 공장에선 종이로 만든 가구를 쓴다. 사무실의 책상과 책상 위의 노트북 거치대, 책상 사이 파티션은 물론 휴식 공간의 테이블과 소파도 종이로 만든 것이다. 종이 가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종이 가구는 가벼워 쉽게 옮길 수 있고 공장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튼튼하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종이 가구를 사용하며 직원들과 페이퍼팝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12일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페이퍼팝의 종이 가구는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대부분의 가구는 폐기하면 매립 또는 소각 처리하는데, 우리 회사는 재활용률이 높은 종이 가구를 보급해 탄소 제로 일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종이로 가구를 만드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골판지로 만든 종이 침대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도 종이 침대가 배치된다. 종이 가구의 '친환경성'은 올림픽과 걸맞다. 문제는 얼마나 저렴하고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지다. 도쿄 올림픽 당시 종이 침대가 쉽게 찌그러지는데 비싸기까지 해 논란이 됐던 것은 종이 가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압축해 보여줬다.


[기후테크 열전⑨]종이로 가구 만드는 페이퍼팝 "종이침대로 탄소 제로 일상 만들겠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가 종이로 만든 침대 프레임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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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팝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의 발판을 만든 바탕은 생산 기술에 있다. 박 대표는 "가구 소재로 쓰이는 종이는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협동 로봇 개발을 통한 반자동화, 자체적으로 만든 연결 부재 등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페이퍼팝의 가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비싼 침대 프레임도 10만원 미만이다. 이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종이로 만들었다고 하면 튼튼하지 못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박 대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반적인 종이와 다른 가구용 종이를 직접 배합해서 사용한다"며 "책장은 100㎏, 침대는 3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렴하고 견고한 종이 가구를 만드는 이유를 '최고의 차선'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최선은 어떤 가구든 오래 사용하는 것. 하지만 이사가 잦은 1인 가구의 증가는 쉽게 버려지는 가구가 넘쳐나게 했다. 박 대표는 "가구는 오래 쓰는 게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재활용이 쉬운 종이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박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2018년 창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식품 회사에 주로 납품했는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가 너무 많았고 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종이 가구까지 이어졌다.


[기후테크 열전⑨]종이로 가구 만드는 페이퍼팝 "종이침대로 탄소 제로 일상 만들겠다" 페이퍼팝의 종이 책상과 노트북 거치대

박 대표가 제시한 '차선책'의 효과는 구체화하고 있다. 페이퍼팝은 창업 이후 30만 개 이상의 종이 가구를 판매했고 2022년 기준 1500t의 폐기자원 절감 효과 냈다. 매출도 늘어 지난해 20억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4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 대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이 가구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며 "코로나19 이후 기업에서도 문의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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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팝이 그리는 그림은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나아가 그 구조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박 대표는 "원재료 50% 이상을 재생지로 사용하면서 종이의 순환 형태를 가구까지 확장했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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