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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 의결…"신속 구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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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혼란·갈등 초래 가능성 커"
전문가 토론회·피해자들 의견 수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 요구(거부권)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 의결…"신속 구제 불가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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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며 "피해 보전 재원의 부적절성,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훼손, 금융기관 보유 채권의 강제 매각에 따른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 침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등 사유는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재가했다. 법안 통과 이튿날 정부가 임시국무회의를 연 것은 이날이 21대 국회 회기 종료일이어서다. 재의요구안이 결정되면서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유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최우선변제금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하고(선구제), 이후 피해주택을 매각해 대금을 회수(후회수)하는 것이 골자다. 이때 반환채권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사들인다.


박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의 요구 사유는 개정안의 집행이 곤란해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며 "서로 경합하는 채권자가 몇 명인지, 이들의 권리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정해도 제시된 가격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만약 공공이 채권의 가치를 낮게 산정하면 피해자들이 이를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환채권 매입 재원의 적절성도 지적했다.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에서 빌려온 주택도시기금으로 반환채권을 사들이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반환채권 매입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반대하는 국민이 있어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통과되기 하루 전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피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넘기면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20년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피해자는 첫 10년은 무상으로, 추가 10년은 시세 대비 50~70% 저렴한 가격에 이 주택에서 지낼 수 있다.


이때 임차료는 LH가 저렴하게 피해주택을 사들인 만큼 발생하는 LH의 이익으로 지원한다. LH가 감정가보다 싸게 피해주택을 매입하면 LH의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 증가분을 피해자 지원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임차료를 지원하고도 남은 금액은 퇴거 시 전액 지급한다.



박 장관은 "이 방안을 적극 활용하면 '주거 안정'과 '경매차익 환급 약속'이라는 구제를 바로 받을 수 있다"며 "정부안이 신속히 제도화하도록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음 주부터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또 이른 시일 내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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