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본 경제 시스템을 수호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식 현대화 진전을 방해하는 이념적 개념과 제도적 결함을 단호히 제거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3일 동부 산둥성 지역을 시찰하는 일정 중 기업인들과 만나서 던진 얘기다. 이 자리에는 중국의 국영 기업과 홍콩 민간 기업, 해외 기업 등 관계자가 모였다고 한다. 기업인들과 직접 만남을 꺼리는 시 주석이 이 같은 자리를 자처했다는 점과 중국의 경제 정책 방향이 제시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이목을 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련 발언에 대해 "3중 전회를 앞두고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금껏 전달한 것 중에 가장 친기업적 메시지"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중국의 화법에 생소한 경우라면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이 친기업적이라는 진단에 동의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이라는 말 자체도 이율배반적인데다가, '중국식 현대화'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숫자와 방침으로 굴러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화자의 의도와 미래 계획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는 한 중국 전문가로부터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식 현대화'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저마다 각자의 답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누구 하나 뚜렷한 답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했다. 해당 모임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며 중국을 공부해온 전문가들도 다수 동석했다. 이후 중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바, 목적하는 바를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상정해 해석의 여지를 넓게 두는 탓에 불확실성과 불안이 생기곤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앞서 설명했듯 중국은 오는 7월 3중전회를 열 예정이다. 5년 주기 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사이에 7차례 열리는 전체회의 3중전회는 그동안 중대한 경제 정책 방향이 제시돼왔다. 이번에 예정된 시기는 관례보다 반년 이상 늦은 것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지도부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노출된 정보만 봐도 중국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4월 중국의 위안화 신규 대출은 7300억위안(약 137조8021억원)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1조2000억위안)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달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3.1% 하락했고, 고정자산투자도 4.2% 증가에 그치며 전망치(4.6%)를 밑돌았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해 들어(1~4월) 전년 대비 27.90% 감소했다.
중국은 이제 확실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자국의 민간 경제 주체뿐 아니라 해외 기업,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해석의 여지가 많고 두루뭉술한 화법을 해석할 시간이 없다. 7월 이후엔 중국의 주요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에 대해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길 바란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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