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금센터 "중동 사태 심화 시, 올해 신흥국 경제 성장 전망 하방 위험 높일 수 있어"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상호 보복전으로 고조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올해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 전망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최근 중동 사태의 신흥경제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심화할 경우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일 하마스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는 이란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격했다. 이후 이란은 지난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 미사일 등을 발사해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로부터 6일 만인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심야 시간 이란 본토를 공습하면서 보복에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사태가 악화할 시 크게 네 가지 요인에서 향후 실물경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교역량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해상 교역량의 약 30%가 통과하고, 그중 70%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는 세계무역의 핵심 요충지다. 그런데 홍해발 물류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서방의 이란 추가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물류 적체와 수급 불안이 심화할 소지가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증대될 수 있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는 16% 상승했는데, 특히 신흥국의 소비자물가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중간값 기준)로 미국(6.9%) 등 선진국보다 비중이 크다. 이로 인해 물가 충격에 취약하다 보니 통화완화 정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경상·재정수지 악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태국(6.3%), 베트남(5.9%) 등 아시아, 동유럽 신흥국은 대체로 GDP 대비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크다. 이로 인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대외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고금리·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자비용 상승 등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제기된다.
위험자산 회피심리도 강화될 수 있다. 지난 12일 달러인덱스는 106.26까지 급등하며 높은 강세를 보였다. 4월 들어선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격화되면서 17일 신흥국 통화지수는 -1.5% 절하하고, 신흥국 주가지수는 -2.9% 하락하기도 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흥국 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대외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경옥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근래 중동 사태가 신흥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사태가 심화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올해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1월(4.1%)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악화된 중동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단 한계가 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