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불확실성 커져가는데
AI 대장주 엔비디아
호실적에 시간 외 거래 급등
M7 주가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
일각에선 M7 버블론
역대 버블과 비교해보니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 플랫폼·테슬라)’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일각서 나온 ‘거품론’ 우려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6월로 후퇴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통상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수록 기술주에 대한 하방 압력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나스닥 3거래일 연속 하락…엔비디아 실적에 반등 전망
21일(현지시간) M7의 주가는 글로벌 금융 인사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으로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너무 빠른 금리 인하를 경계하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다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지표가 나오자 나스닥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3.1%, PPI는 전월 대비 0.3% 오르면서 각각 시장 예상치 2.9%, 0.1%를 상회했다.
하지만 이날 장 마감 후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상황이 반전됐다. M7은 대부분 시간 외 거래에서 상승했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 1(티커명 QQQ)’은 시간 외 거래에서 약 1% 올랐다.
미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기술주 주가가 뛰자, 월가에서는 버블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시장이 소수의 주식과 하나의 특정 주제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모습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BoA “M7 주가 거품 아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역대 버블 붕괴 사건과 인공지능(AI) 상용화에 힘입은 M7의 주가수익률(PER)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M7의 주가 상승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ER이 높으면 기업이 사업 활동으로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먼저, 일본 거품경제 시절이던 1986~1989년 니케이225지수는 이 기간 주가가 최저점에서 최고점까지 149% 상승했다. 가장 높을 때 PER은 67배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버블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998~2000년 닷컴 버블 때 나스닥지수는 마찬가지로 192% 올랐고, PER은 65배였다. 2020~2021년 코로나19 버블이 촉발한 유동성에 NYSE FANG플러스(+) 지수는 저점에서 고점까지 무려 229% 뛰었다. 최고점 PER은 60배였다.
반면, 2022년 12월7일 이후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으로 M7은 139% 올랐고, 최고점 PER은 45배로 기록됐다. M7 주가가 크게 뛰긴 했지만, 역대 버블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BoA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매그니피센트7의 버블이 터질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이전 버블과 유사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외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도 AI를 통해 수익을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엔비디아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인 동시에 자체 AI 반도체(칩) 구축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탄탄한 전망이 주식 시장의 부활을 주도한 AI 열풍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 이후 빅테크는 반등할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나친 상승세에 경계론도 여전하다. 엔비디아가 상승하면 테마주까지 크게 들썩인다는 이유에서다. 엔비디아가 지난 15일 음성 인식 AI 업체 사운드하운드(SOUN) AI 이미지 처리 업체 나노엑스(NNOX) 등에 투자한 사실이 확인되자 그날 주가가 각각 67%, 49% 급등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도 4%, 6% 오름세를 보였다.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밀리 롤런드와 맷 미스킨은 “엔비디아는 확실히 품질이 높지만, AI 과대 선전은 합리적인 가격 단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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