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 중요하다 보니 연구 ‘뒷전’
법학계에선 논문 수 감소의 다른 원인으로는 △로스쿨 도입 이후 법학과 수 자체가 감소한 점 △연구보다 강의를 중시하는 로스쿨 분위기를 꼽는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학과가 줄면서 논문을 작성하는 법학 교수 숫자도 자연히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에서 실무가 출신 교수를 선호하다 보니 전업 연구자가 논문을 많이 써도 교수가 될 가능성이 적다”며 “교수들도 로스쿨 평판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중요하다 보니 논문작성보다는 강의에 치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5년간 대학 법학과 40% 감소
로스쿨 도입 이후 전체 법학과 수는 감소했다. 연구의 장이 줄어들자 연구 교수가 설 곳이 사라지고 논문 수 역시 줄어 들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때 전국 209개였던 법학과 수는 2010년 190개, 2011년 185개로 감소하다 2021년 133개, 2022년 124개, 2023년 117개로 2009년 대비 44.1% 감소했다. 로스쿨이 없는 대학들이 법학과를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한 경찰행정학과, 공공인재학부 등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2009년 일반대학 법학과 졸업생은 8824명을 기록했다. 이후 2015년 7565명, 2016년 6490명, 2017년 5782명, 2018년 496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2021년 4034명, 2022년 3874명, 지난해에는 2009년 대비 60.7% 감소한 3470명까지 줄었다.
지방의 한 법학과 교수는 “법학과가 절반 가까이 없어지면서 전업 연구자들이 강의와 연구할 수 있는 ‘시간강사’ 자리조차 많이 사라졌다”며 “정년 퇴임으로 공석이 된 법학과 교수 자리도 충원하지 않다 보니 법학과 교수 숫자 자체가 줄어든 것도 논문 수 감소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화’된 로스쿨, 연구는 뒷전
변호사시험 합격률(응시자 대비)이 50%에 불과해 로스쿨에서도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보다 강의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중권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헤겔의 ‘양질 전환의 법칙’(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에 따르면 법학 논문 수가 감소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법학에 ‘노란’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라며 “대학은 교육과 연구로 이뤄지는데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시험의 결과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대부분 교수님들이 연구보다는 교육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를 따고 논문을 많이 쓰는 것보다 먼저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도 있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예전에는 좋은 논문을 많이 써서 지방 대학에서 서울권 대학으로, 작은 대학에서 큰 대학으로 교수들이 이동하는 소위 ‘선순환 구조’가 있었다”며 “이제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아니면 논문을 많이 써도 로스쿨 교수로 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논문의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교수 중에서는 정교수 승진 등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소 요건의 논문 수만 채우는 경우도 있다”며 “논문 심사자와 제출자만 보는 ‘실적’용 논문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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