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예금-파킹통장 적극 활용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과 시장의 금리 전망이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는 낙관론을 펼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선 섣불리 베팅하기보단 방망이를 짧게 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낙관-비관 교체하는 금리 향방 '아직 모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일 미국 애틀랜타 스펠맨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우리가 충분히 긴축 기조를 위했는지, 이 정책을 언제 완화할 것인지 추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고,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짐작하는 것도 시기상조"라며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는 환영할 만하지만 지속돼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더 낮춰야 할 경우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에서 고조되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재차 일침을 가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물가 상승 가능성이 우려돼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수치가 목표치로 돌아갈 때까지 통화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첫 해석은 반대였다. 사실상 긴축 시대가 끝났다며 내년 금리 인하 시점 맞추기 경쟁을 하고 있다. 소매판매가 지난 10월 전월 대비 0.1% 감소하는 등 이미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5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60% 가까이 내다봤다. 지난달 말 29% 수준에서 두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연착륙을 예상하며 내년 6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는 내년 3월을 미국 기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전망했다. 뱅가드, 골드만삭스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또 다른 반응이 나왔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재해석하며 지나친 낙관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며 내년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가려는 파월 의장과 연준의 조심성을 감안하면 오는 12~13일(현지시간) 이후 발표될 FOMC 점도표에서 시장과 연준의 생각 차이가 크게 좁혀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고용과 물가에서 충분한 긴축 효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연준 기조가 기준금리 인하로 선회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킹통장, 단기예금 등 방망이 짧게 잡아야
이처럼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둔 시장과 중앙은행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지속되면서 금융소비자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24일 기준 47조4975억원으로 지난달 말(46조569억원) 대비론 소폭 증가했으나, 연중 최고치인 지난 7월 말(55조9865억원)에는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곤 있으나, 이 기대감이 자산시장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선 이처럼 금리 전망이 불투명할 땐 만기 구조를 짧게 가져가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예금 등 금융상품의 만기 구조를 짧게 가져갈 경우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든지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95~4.05%로 집계됐다. 이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3.95~4.05%)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단기예금 금리가 1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달 비용 축소를 위해 장기예금 대신 단기예금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금리가 지금처럼 하락하는 추세라면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만기 구조를 짧게 가져가려면 서둘러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일명 '파킹통장'으로 불리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도 금리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 자금을 운용하는 수단 중 하나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 특성상 금리가 내리면 곧바로 인출해 공격형 투자가 가능하고,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 등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엔 저축은행권을 중심으로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까지 등장해 금융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저축은행권은 올해 들어 수신금리 경쟁 대신 파킹통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OK페이통장’을 출시했다. 50만원 이하 예치금에는 연 4%, 50만원 초과 예치금엔 연 0.5%의 기본 금리를 준다. 여기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토스페이 등 4개 간편결제 업체 가운데 한 곳에 OK페이통장을 결제·충전 계좌로 등록하면 연 3%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최근 파킹 통장인 ‘플러스자유예금’ 금리를 연 3.6%에서 3.9%로 0.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더해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고, 애큐온멤버십플러스에 가입하면 우대금리(0.2%포인트)가 적용돼 2000만원 이하까진 최고 연 4.1%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최고 금리는 3.5%로 타은행대비 낮지만, 이 금리를 적용하는 예치 금액 한도가 1억원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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