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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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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기업, 美 경매에 오르나
90년대 좌파 포퓰리즘 물든 베네수엘라
석유회사 수익 뺏어 현금 살포한 정부
투자 못하고 직원 줄자…부채도 폭증해
빚 제대로 못 갚아 알짜기업 넘어갈 판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조만간 유례없이 독특한 경매를 합니다. 바로 미국 7위 정유회사 ‘시트고(CITGO)’의 경매입니다. 기업을 경매 물건으로 올린 거죠. 돈을 내고 낙찰을 받으면 시트고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트고의 주인은 기분이 좋지 않겠죠. 자기 기업이 경매에 올랐으니까요. 시트고의 주인이 누구냐고요? 바로 베네수엘라입니다. 미국 법원이 베네수엘라 기업을 경매에 부쳐버린 거죠. 베네수엘라는 어쩌다 미국에 기업을 뺏기게 된 걸까요?


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베네수엘라에서 식수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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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고는 미국의 석유정제기업입니다. 미국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기업 중에서 시추능력이 7위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기업이죠. 모회사는 ‘페데베사(PDVSA)’입니다. 그리고 페데베사의 지분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가지고 있죠. 그래서 시트고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미국인을 고용하지만, 관리와 감독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임원회의도 미국이 아닌 베네수엘라에서 하고요.


베네수엘라에 페데베사와 시트고는 아주 중요한 기업입니다. 베네수엘라 해외수입의 70~90%를 페데베사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시트고의 시장가치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7분의1이나 됩니다. 연간수익은 베네수엘라의 1년간 식품수입 금액보다 크고요. 그래서 시트고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보유한 해외자산 중 가장 중요하고 값어치 있다는 평가를 받죠.


좌파 포퓰리즘에 부실기업으로 몰락한 알짜기업
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하지만 페데베사에는 매우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빚’입니다. 페데베사가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재무제표를 보면 페데베사의 부채는 2021년 말 기준 349억달러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1조5660억원에 달합니다. 부채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 담보로 잡혀있는 시트고의 주식 규모가 236억달러나 됩니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채권자들이 페데베사의 자회사인 시트고 주식을 강제로 팔 수 있다는 뜻이죠.


미국 법원이 시트고를 경매에 넘기는 이유도 바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페데베사는 2017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후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였죠. 대부분의 채권이자 지급을 중단하면서 연체이자만 수십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2020년에도 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채권자들은 법원으로 몰려갔습니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였던 시트고를 팔려고 시도하는 거죠.


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페데베사 로고

페데베사는 어쩌다 수많은 빚을 지게 된 걸까요? 경영진 능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페데베사는 생산량이 막강한 기업이었습니다. 페데베사를 망친 건 경영진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인이었습니다. 1999년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되면서 베데베사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를 채택했습니다. 현금성 포퓰리즘 지원을 대폭 늘렸고요. 막대한 자금은 민간기업을 국유화해서 충당했습니다. 차베스는 석유산업법을 제정해 정부가 석유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수익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해졌죠.. 정부의 징수가 과도해지자 페데베사는 신규투자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죠.


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발생했던 페데베사 노조원 전국 파업.

유능한 직원도 부족했습니다. 2002년 정부의 페데베사 간섭이 심해지자 노조원 수천명은 공장을 멈추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차베스는 임원 19명을 시위 배후자로 지목하고 해임합니다. 빈자리는 자신들의 측근으로 채웠죠. 파업국면이 끝나고 차베스는 전 직원의 40%에 달하는 1만8000명을 해고했는데 대다수가 기술자였습니다. 투자도 부족한데 직원들까지 대거 잘라버리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거죠.


엎친데 덮친격…美 규제에 구조조정도 난망

물론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채권단과 부채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채권단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고소하거나 경매에 임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경매가 시작된다 해도 헐값에 낙찰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기를 좀 늘려주거나 원리금을 조금 깎아주는 구조조정에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빚만 293억달러…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미국에 기업을 뺏겼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건 미국의 규제 때문입니다. 미국은 2019년 취임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적법한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정명령을 내리고 미국 내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정권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의 자산도 동결됐습니다. 시트고의 수익을 배당금이나 이익의 형태로 페데베사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탕감처럼 금전적 이익을 주는 행위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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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베네수엘라의 어려움은 수십년 전의 포퓰리즘 정치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중인기영합주의를 택한 정치인의 그릇된 결정으로 이젠 국가마저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약 15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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