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준길 뉴로핏 대표 인터뷰
예후 관찰 등에 최적화
내년 6월 출시 목표
'스케일 PET' 통해 영상 분석
8시간→15분으로 단축
뉴로핏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근원적 치료제(DMT) 전용 솔루션인 ‘아쿠아 AD’를 내년 6월 출시한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동안 혈관에 중심을 두고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주요 이상 반응인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 관찰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레켐비(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의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DMT가 등장하면서 치매 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뉴로핏은 진단·치료 등 전반적 과정에 대한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2016년 빈 대표가 김동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공동 창업한 뉴로핏은 인공지능(AI) 기반 뇌 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뇌 질환 기능 회복·재활을 위한 전자약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빈 대표가 다양한 뇌 질환 중에서도 치매를 주요 연구 분야로 택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 그는 "할머니가 1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이 직접 모시다가 결국 지금은 요양원에 들어가셨다"며 "치매가 꼭 해결해야만 하는 질병이고, 해결된다면 큰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공학 기술을 활용해 치매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건 'ATN'이다.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 타우(Tau) 단백질 등이 엉키는 등의 문제로 인해 신경퇴행(Neurodegeneration)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뉴로핏은 여기에 '혈관(vescular)'을 더한 'ATNV'를 보고 있다. 빈 대표는 "Aβ가 쌓이면 혈관에 무리가 되면서 미세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성 외에도 혈관성 치매 등에 혈관영상분석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2021년부터 이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매 진단의 표준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Aβ 등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뉴로핏은 기존에는 8시간이나 걸렸던 PET 영상 분석을 15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스케일(SCALE) PET'을 개발했다. 빈 대표는 "각기 다른 시점의 영상이기 때문에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다르게 나온다"며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수동으로 해야 했던 걸 AI 통해 자동화하고 초고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자기공명영상(MRI) 면에서는 뇌 위축과 백질 변성을 분석해 다양한 뇌 질환의 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아쿠아(AQUA)'를 개발했다. PET이 표준이라 하더라도 1회 촬영에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만큼 우선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인지 혹은 우울증, 뇌졸중 등 다른 질환인지 감별하기 위한 MRI 촬영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빈 대표는 "아쿠아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가장 큰 특징인 해마 위축을 포함해 다른 뇌 부위의 위축 정도 등을 알 수 있다"며 "MRI를 통해 Aβ 예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80% 수준인 정확도를 90%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특히 DMT가 개발되면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문제로 떠오른 ARIA 이상 반응은 뉴로핏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 ARIA는 항체치료제가 혈관 내의 Aβ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뇌혈관에 출혈 등이 생기는 것이다. 빈 대표는 "개발해오던 기술이 모두 ARIA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DMT 투여 과정에서 계속 MRI 영상을 보며 병변 등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정량화해 빠르게 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로핏은 이 같은 기술들을 활용해 DMT 전용 솔루션도 내놓을 계획이다. 빈 대표는 "DMT 전용으로 치료제 처방과 예후 관찰을 위한 '풀 프로세스' 제품을 '아쿠아 AD'라는 이름으로 만들 것"이라며 "레켐비의 국내 허가에 맞춰 내년 6월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MRI 기반 Aβ 예측 솔루션은 '아쿠아 AD+'로 출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 다양한 치매 유형들을 구분하는 솔루션도 내놓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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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넘어 치료 영역에서는 전기 자극을 통해 뇌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자약도 개발하고 있다. 빈 대표는 "아직 원인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뇌가 비활성 또는 과활성하면 증상이 발현되는 걸로 알려져 이를 전기를 통해 조절해주는 것"이라며 "두 번째로는 뇌졸중에 걸려 뇌 부위가 죽으면 그 부분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이 기능을 대체하는 '뇌가소성'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기전을 설명했다. 전자약은 현재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개발을 완료하고 임상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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