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중소형주 중심 IPO 시장 형성
두산로보틱스·SGI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흥행 여부 주목
올해 첫 1조원대 몸값으로 상장한 파두에 이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인 넥스틸도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조 단위의 대어급 기업이 등장해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첫 타자들의 부진으로 흥행 부진 우려가 크다. 상반기 IPO 시장에서는 중·소형주만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7일 상장한 파두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0.97% 하락한 2만7600원에 그쳤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익률이다. 파두 주가는 상장한 지 6거래일이 지나서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넘어섰다. 올해 첫 코스피 상장 종목으로 주목을 받은 넥스틸 주가도 지난 21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1500원)보다 6.61% 낮은 1만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희망 가격 범위(1만1500~1만2500원) 최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 청약 경쟁률도 4.6대1에 그쳤다. 구주 매출 비중이 공모 물량의 47.86%를 차지한다는 점이 흥행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대어 흥행 여부에 IPO 활기 좌우
시장의 관심은 다음 대어다. 이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IPO 시장의 활기가 좌우될 전망이다. 1조~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가진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주목 대상이다. 두산로보틱스가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양산을 시작한 2018년부터 줄곧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2021년 이후에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4위다.
SGI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최대 보증보험사로 공기업 중에서는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상장이다. 이르면 추석 전후로 IPO 절차를 본격 개시할 전망이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현재 증권신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는 지분 93.8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구주 매출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약 10%다. 예금보험공사가 자체 평가한 SGI서울보증의 기업가치는 3조원대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상장 이후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시장 가격에 맞춰 단계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통상 45영업일 이내에 심사가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에코프로그룹의 내부 통제시스템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어급이 흥행하면 IPO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대어급 종목인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노브랜드, 나이스평가정보 등이 시장에 나왔고 공모금액도 상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총 60여개사가 심사를 대기하고 있다"면서 "대어들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유의미한 공모금액 증가 등 IPO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청약 경쟁률 모두 높게 나타나면서 공모주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모주 과열 변수
신영증권은 올해 IPO 시장의 연간 상장 종목수가 65~79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모주 시장 활황기인 코로나19 이후 기간(2020년~2021년)의 평균(85개)보다는 적지만, 2011년~2020년 10년 평균인 63개보다는 약 14% 증가한 수준이다.
공모금액은 약 3조7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2021년 20조원, 2022년 16조원 대비 큰 폭 감소한 규모이다. 하지만 상반기 공모금액이 1조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늘어난 수치다. 오광영 연구원은 "오아시스, 케이뱅크, LG CNS, SK에코플랜트, 컬리, 현대오일뱅크, SSG닷컴,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11번가, 무신사, 야놀자 등 다수의 기업이 상장 가능성이 있어 공모금액은 긍정적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주 과열을 변수로 꼽았다. 오 연구원은 "올해 일부 종목에서 나타난 고평가 논란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의 과도한 변화 등 우려가 여전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수량은 한정돼 있는데 공모주에 관심이 커지면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오버 밸류된 일부 공모주가 등장하고 이 때문에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었던 경험을 잊으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또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대형 공모주가 등장하면 공모주 투자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해서 공모주 시장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2월 이후 투자 열기가 식는 흐름을 보인 IPO 시장은 올 들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중소형주 중심으로 상장 흥행을 기록하면서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에는 총 33개 종목이 상장했고, 공모금액은 총 1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92.5% 감소했다(지난해 1월에 초대형 종목인 엘지에너지솔루션 상장). 종목당 평균 공모금액은 314억원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780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085대 1보다는 18% 넘게 낮아졌다.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던 2021년 상반기 1326대 1보다는 41% 이상 낮았다. 일부 대어급 종목의 상장 철회나 연기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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