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위 안에 신생기업 사실상 제로
미국은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패권 주도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진입 '0'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목에 규제 장벽이 겹겹이 있다 보니 한국은 신생 대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투자금이 몰리는 자본시장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6일 현재 한국거래소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신생 대기업이 단 한 군데도 없다. LG에너지솔루션(2위·2020년)과 삼성바이오로직스(4위·2011년)가 ‘새 얼굴’이지만 신생이 아닌 기존 대기업의 산하 계열사로 성장해 상장한 경우다. 상장사 ‘톱10’에 밀레니엄 시대에 창업한 대기업 2개가 포진한 미국과 다른 점이다.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한 신생 대기업도 찾기 힘들다.
반면 대기업 비중이 2011년 0.56%에서 2021년 0.88%까지 상승한 미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룡 신생기업들이 많다. 2003년 문을 연 테슬라와 이듬해 창업한 메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16일 기준 각각 미국 상장사 시가총액 6위(8918억달러)와 7위(7915억달러)다. 전기차와 빅테크 시대를 각각 대표하며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기업 비중이 높아진 만큼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빨랐다. 2011~2021년 미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49.4%에 달했다. 한국(44.5%)을 앞섰다. 10년 이상의 기간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GDP 성장률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경제 규모가 10% 수준도 되지 않는데 성장 동력은 오히려 낮은 셈이다.
미국은 대기업 중심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이다. 규모가 큰 회사가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리는 경우도 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대표적이다. MS는 690억달러(약 88조)를 들여 지난해 블리자드를 품었다. 2016년 854억달러(약 109조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도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체급’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에 미국 기업은 28개에서 37개로 늘었다. 중국도 7개에서 18개, 일본도 3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1곳뿐이었고 신규진입이 아예 없었다.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도 마찬가지다. 2019년 LG화학 이후 이 명단에 새로 포함된 한국의 ‘신인’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500대 기업 안에 들어간 한국 기업의 매출 합계는 2011년 6601억달러에서 지난해 8044억달러로 2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 매출 합계는 7조6505억달러에서 9조6500억달러로 26% 늘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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