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여전한 상황"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사실상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한 데 대해 제분업계는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원가 부담이 여전해 실제 인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란 게 업계 중론이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업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주문한 농식품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제분업계는 "선물가격과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상승 등 어려운 점이 있으나 밀 선물가격 하락과 물가 안정을 위해 7월에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제분업계가 내달 밀가루 가격을 실제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대한 소통하고 협조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밀가루 가격 인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는 공감하나,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고 했다.
이달 국제 밀 가격은 t당 243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달 t당 41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5배 수준이다. 이에 더해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증가하며 제분업계의 원가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다만, CJ제일제당은 농심에 판매 장려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밀가루 가격을 5% 정도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인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CJ제일제당뿐 아니라 다른 밀가루 업체들도 가격을 내리면 농심을 비롯한 다른 라면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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