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온 평년보다 높아…우리나라 부근 고기압 영향
3년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많은 비…국지성 폭우 많아질 듯
5월부터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6월부터는 평년 한여름에 버금가는 폭염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이 내다봤다. 3년만에 한반도를 찾는 엘니뇨의 시작 시기마저 앞당겨진 탓에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폭염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기상청의 여름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6~7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5~1도가량 높은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이 강해져 기온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6월에는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낮에기온이 올라가 고온 현상이 나타나겠고, 일교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평균기온은 평년(20.2~21.8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이상으로 예측된다.
7~8월에도 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찜통 더위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웠던 여름은 1994년 7월로 폭염 일수(17.7일)와 열대야 일수(8.5일)가 가장 많았는데, 이 때도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이 원인이었다.
올해에는 슈퍼 엘니뇨의 복귀도 예고됐다. 엘니뇨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미국 해양대기국과 우리나라 기상청은 2020년부터 3년간 지속된 라니냐(엘니냐의 반대) 현상이 끝나고 엘니뇨가 올해 여름 본격적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엘니뇨가 찾아오면 우리나라는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로 인해 현재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지구온도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우리나라 역시 기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엘니뇨 발달로 기인한 대기 순환이 우리나라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올해 7월 사흘을 제외한 모든 날에 비가 내린다"는 온라인상 괴담같은 비공식 예보에 대해 기상청은 선을 그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날씨 예보의 경우, 뒤로 가면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서 “예보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없는 자료”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상청의 열흘치 예보만 봐도 계속 변동이 생기는데 한 달 후, 두 달 후를 그렇게 정확하게 예보하는 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지역 침수 때처럼 좁은 지역에 순식간에 퍼붓는 폭우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북극의 냉기가 동아시아로 밀려 내려와 북태평양 기단과 더 세게 부딪혀 선상강수대(장맛비가 위 아래로 가늘고 긴 띠 형태)가 뚜렷해진 영향인데, 기습적인 강수가 잦아지는 만큼 정밀한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당초 단순 기온에 따라 발령하던 폭염특보를 앞으로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 수준에 맞춰 판단한다. 폭염특보 발령 기준이 일최고기온(주의보는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경보는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예상)에서 일최고체감온도로 공식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와 바람을 반영해 산출한다.
아울러 정부는 폭염대책비를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지난 8일 각 지자체에 교부하고, 신속한 집행을 독려했다. 또 건설 현장 등은 폭염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되면 공사 중지가 권고되고, 에너지바우처 대상 가구에 평균 4만3000원 정도의 하절기 에너지비용이, 경로당에는 월 11만5000원의 냉방비가 지급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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