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에요. 스마트폰 때문이죠. 저는 종종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돌리고 운동이나 걷기, 독서에 집중합니다. 한두 시간마다 한 번씩 메시지만 확인합니다. 용건이 있는 분이라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를 보내겠지요. SNS 앱 들여다보는 일도 자제해요. 내 삶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일도 그만두고, 실시간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늘어나요. 인터넷 접속은 하루 세 번이면 충분하고요. 문자나 카카오톡,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큰일이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각국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어제 하루,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았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까?
이 질문들을 던진 이유는 여기에 대한 답이 우리의 행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때,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충만할 때, 열등감에 시달리지 않고 일을 잘 해낼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믿을 사람이 있다고 안심할 때 그리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을 때 행복을 경험합니다. 행복은 존중, 성장, 유능, 지지, 자유와 같은 내면의 욕구에 의해 결정되는 거죠.
이 다섯 가지 질문들에 '예'로 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토대로 각국의 순위를 정한 결과, 매우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는 89개국 중 83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주로 던지는 질문들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들입니다. 돈을 잘 버는지는 묻지만 자율적으로 살고 있는지는 묻지 않아요. 대기업에 다니는지는 묻지만 존중받고 사는지는 묻지 않지요. 아파트 평수는 묻지만 외로운지는 묻지 않습니다.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답을 하시겠습니까? 더 많은 질문에 더 자주 '예'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김민식, <외로움 수업>, 생각정원, 1만8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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