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가족 나들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이 함께 한옥마을 나들이 시간을 갖게 돼 감개무량했고 자녀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 2월 뇌병변 지적장애 자녀와 함께 은평 한옥마을을 찾았던 A씨는 서울시설공단의 ‘장애인 동행 나들이 서비스’를 이용한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부터 서울장애인콜택시에 등록된 장애인들의 신청을 받아,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내 원하는 목적지로 나들이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휠체어석과 일반석 탑승이 가능한 미니버스 및 대형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도입 첫달인 11월 13명(2회), 12월 7명 (2회), 2023년 1월부터 4월 양평치즈마을 체험까지 총 84명 (10회)이 이용했다. 도입 5개월 만에 이용자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5개월간 매회 신청이 매진됐다.
지난해 11월 12일 공단의 첫 ‘주말 동행 나들이 서비스’ 이용 고객은 삼남매 모두가 휠체어 장애인인 B씨 삼남매였다. 삼남매는 이날 파주 용미리 1·2묘지로 부모님 성묘를 다녀왔다. 파주는 서울 장애인콜택시 운행지역이 아니고 삼남매가 함께하는 성묘는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근 10여년간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장애인 C씨는 지난해 12월 친구들과 인천 월미도를 다녀왔다. 10여 년 전 걸어서 갔던 월미도를 평생 다시는 못갈 줄 알았는데, 휠체어를 타게 된 후 다시 오게 된 것. 지난 2월에는 장애인 자녀와 함께 온가족 4명이 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D씨는 "아이가 염색체 이상으로 2년 간 병원치료에 전념해 가족들 모두 간병활동으로 지친 상태에서,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바다를 보면서 가족 전체가 힐링의 시간을 갖는 등 꿈꾸지 못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고척스카이돔, 서울월드컵경기장, 청계천,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문화체육시설을 비롯 추모시설, 동부간선도로·올림픽대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 지하도상가,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도시기반시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지난해 6월 한국영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시정 주요 현안인 ‘약자와의 동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민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198건의 약자 보호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관련 사업 추진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198건 중 ▲ 고척스카이돔 외야석에 유아동반 가족석 신규 설치 ▲ 청계천 일부 구간에 보행약자 위한 장애물 없는 산책로 조성 ▲ 서울월드컵경기장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운영 등은 공단 사업부서 검토를 거쳐 우수 추진 과제로 선정됐다. ‘청계천 안심 산책로 조성’ 은 청계천 일부 구간 산책로 내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동약자 들을 위한 전용 안내판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년층 대상으로는 7월초 문을 여는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후문에 위치한 ‘시니어파크’가 눈에 띈다. ‘시니어파크는’ 기존 대공원 후문 안쪽에 위치한 운동공간을 새롭게 재조성하는 것으로, 이 장소는 평소에도 노년층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시니어파크는 총 2500㎡ 면적에 노년층을 위한 ‘시니어놀이터’, ‘헬스파크’, ‘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된다. ‘시니어놀이터’ 에는 어르신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손목강화기’, ‘종합스트레칭기’ 등 종합 순환운동기구 8종이 설치된다.
'헬스파크’ 는 기존 운동시설을 대폭 개선해 농구장, 배드민턴장, 야외운동기구로 구성된다. 농구장은 기존 흙바닥에서 우레탄으로 교체되고 배드민턴장 바닥은 마사토 복토작업과 함께 네트걸이, 라인벨트 등 부대시설도 재조성 된다. 야외운동기구는 안전규정을 통과한 14종의 기구를 신설한다. ‘커뮤니티시설’ 에는 평상과 벤치, 테이블을 갖춘 대형 그늘막 (퍼걸러, 7x3.6m)이 들어선다. 공단은 향후 해당 시설을 활용해 대공원 인근 생활체육단체 및 노인복지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밖에 공단은 시니어파크 내에 통행 보조용 핸드레일, 비상벨 CCTV 등 노년층을 위한 시설도 곳곳에 설치할 방침이다.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맞춰 약자, 소수를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하나씩 선보이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공단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서 지속적이고 꼭 필요한 약자동행 서비스를 펼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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