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에서 사과는 액을 몰아내고 복을 부르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의미하는 과일로, 산신제나 조상 제사에 빠뜨리지 않고 올리는 과일입니다. 중국에서는 사과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데, 사과를 뜻하는 중국어 '평과(?果)'의 첫 글자 발음이 평안을 뜻하는 '평(平)'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에 한 해 동안 평안하시라는 뜻으로 어른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과를 선물로 주고받는다고 하는데요, 중국어로 '平安夜(평안한 밤)'라고 부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평과를 먹으며 평안하게 보내라고 축복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것이 서양 풍속이라고 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사과는 과일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종교와 신화에도 사과가 자주 등장합니다. 여러분은 사과 하면 어떤 사과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과는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선악과는 '먹으면 선악을 알게 된다는 선악과나무의 열매'로 사실 이 열매가 무엇인지는 성경에서도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의 열매'를 뱀의 꼬임에 넘어간 하와가 결국 따 먹음으로써 원죄를 짓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왜 선악과가 사과가 되었을까요?
사과나무를 뜻하는 라틴어 '말룸(malum)'에는 '악(malus)'이라는 의미가 함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악과나무가 사과나무라고 추론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덴동산을 그린 그림에서 선악과나무가 사과나무로 그려지고, 하와는 이 나무 아래에서 아담에게 사과를 내미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결국 이 사과는 인류의 타락을 상징하게 된 반면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가 사과를 들고 있는 그림에서는 인류의 구원과 죄에 대한 용서를 상징한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중략)
이렇듯 사과는 창세기에서부터 인간을 유혹하는 아주 매력적인 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보면 한 입 베어 물고 싶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의 로고는 현대에 와서 가장 유명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김낭예, <상징으로 보는 세상>, 창비교육,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