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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아침저녁 걷는 김기문…4선 '중통령'의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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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자연으로 돌아갈 때 힐링"
"선거철마다 갈등·분열 안돼"
52시간 근로시간 개편 '초점'
대·중소 상생 위한 자금 조성

편집자주'만보정담(萬步情談)'은 ‘하루만보 하루천자’ 운동의 하나로, 걷기를 사랑하는 명사와 함께 하는 코너입니다. 일과 삶, 건강과 행복 등을 주제로 함께 걸으면서 하는 인터뷰입니다.
[만보정담]아침저녁 걷는 김기문…4선 '중통령'의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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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가가 해준 얘기가 있다. 사업가들이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하고 나면 너도나도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번 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한단다. 그런데 그 자리를 하려고 하는 핵심은 '부총리급 예우'이고. 공항에서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별도 트랙으로 앉아 있으면 알아서 누군가 대신 수속을 밟아준다는 것이다. 실리적인 상인 기질을 초월하는 '예우' 선호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문유석 작가가 2018년에 쓴 <개인주의자 선언>에 나오는 글귀다. 우리 사회가 돈과 실리를 넘어 지위에 대한 집착이 심각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예로 들었다. 내로라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노리는 중기중앙회장직에 이변이 생겼다. 지난달 열린 선거에서 김기문 현 회장이 단독 출마해 선거인단 300여명 만장일치로 뽑힌 것이다. 그는 제23, 24, 26대에 이어 이번 27대 회장에 당선되면서 민선 첫 4선 당선, 최장 임기(16년)라는 기록을 썼다.

[만보정담]아침저녁 걷는 김기문…4선 '중통령'의 자기관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사무실 앞 벚꽃 핀 여의도 공원 산책을 나섰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공원. 벚꽃이 핀 산책로를 걸으며 김 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새봄과 함께 그에게 4년 임기가 또다시 시작됐다. 연거푸 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기업인들의 고충과 건의 사항을 가능한 한 많이 들어주고 해결하려는 모습에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총리급 의전도 괜히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다른 경제단체장들에 비해 10배는 더 일할 것"이라며 보기보다 고된 자리임을 이야기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구성하는 729만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의 정책적 대안에 반영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야외 인터뷰 전후에도 김 회장은 집무실에서 분 단위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기중앙회장의 일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하루종일 머리를 굴려야 하고, 방문객과 상담하면서 그가 원하는 답을 내줘야 하죠. 솔직히 피곤하고 지칠 때가 많아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건 역시 자연이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갈 때 가장 힐링이 된다"고 했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엔 뉴스를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오전 4시30분께 기상해 신문을 읽은 후 6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 근처 서울숲을 향한다. "아침에 40~50분 정도 걸어요. 천천히 걸으면 6000~7000보, 빨리 걸으면 8000~9000보를 채우죠. 점심 먹고 졸음이 올까봐 1만보까진 일부러 안 해요. 퇴근 후 저녁에 성수대교나 영동대교에서 (기사에게) 차를 내려달라고 하고 20분가량 또 걷죠." 걷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는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낸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

[만보정담]아침저녁 걷는 김기문…4선 '중통령'의 자기관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격의 없이 소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다. 목적을 가진 만남보다, 조건 없이 만나 일상을 공유할 친구들을 볼 때 마음이 편하다. "주로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부잣집 아들도 있고, 월급쟁이 CEO도 있다(웃음)." 김 회장은 "난 솔직한 편"이라며 "부풀려서 말하지도 않고, 거짓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편은 아니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상대방에게 속아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속내를 꺼냈다.


2주 전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을 동행한 그는 "도쿄에도 비가 온 후 길가에 벚꽃이 활짝 펴있었다"고 했다. 먹구름이 껴있던 한일 경제 관계에도 볕이 들었다. 그때 만난 일본 기업인들의 환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일본 기업인들은 한국과 거래하고 싶어도 정부 눈치만 보고 있었다"며 "일본 장수기업들의 높은 기술력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연전연승해 '중통령'이란 별명을 가진 김 회장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경제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중기중앙회는 5대 경제단체장 중 유일하게 선거로 회장을 선출한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선거가 과열되고 중소기업계 갈등이 빚어지곤 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갈등과 분열이 생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명을 추대하는 방법도 있고, 수석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정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여야 정치권처럼 정권 창출을 놓고 경쟁하는 집단이 아니라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인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건 근로시간 개편이다. 납기를 맞춰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개편안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 회장은 "큰 틀에서 당초의 안이 유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MZ노조가 말하는 이른바 '공짜 노동'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사 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연장은 불가능하다"며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사측도 근로자들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진 못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동사업 지원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목표액은 1000억원이다. 대기업과 금융사로부터 출연을 유도하기 위해 10% 법인세 공제, 지정기부금 손금 인정 제도를 신설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인물이 누군지 묻자 현답이 돌아왔다. "현장을 다니다 보니 정말 훌륭한 인물은 숨은 곳에 있더군요. 작든 크든 중소기업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존경스럽습니다." 중통령다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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