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인기를 끌던 고분양가 주거시설(오피스텔·도시형생활숙박시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치솟은 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강남, 용산, 마포 등 서울 인기 지역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미분양 물건 866건 중 50%가 넘는 435건이 오피스텔 또는 도시형생활숙박시설로 파악된다. 현재 분양 중이지만 아직 계약 마감일이 지나지 않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숙박시설의 잠재적 미분양 건수까지 고려하면 수백건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숙박시설에서 발생한 미분양의 공통점은 고분양가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공급된 마포구 노고산동의 도시형생활숙박시설 ‘빌리브 디 에이블’이 꼽힌다. 총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이 단지는 전용 38~49㎡의 분양가가 7억8000만~13억7000만원에 달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 41가구 분양에 나선 용산구 원효로2가 일대(구 원효아파트) 도시형생활숙박시설은 전체가 미분양이다. 핵심 입지라는 장점에도 불구, 전용 26~29㎡의 분양가가 8억4500~8억9500만원에 형성되면서 수요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완판에 성공했지만,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 최고가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생활숙박시설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지난 9월 25일 입주 지정기간이 끝났는데도 현재 입주율이 10%가량에 그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줄자 세입자를 찾지 못한 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서다. 계약 포기가 이어지고, 분양가보다 2억원 낮춘 매물까지 등장했다. 이 단지는 전용 49㎡ 분양가가 15억~18억원에 달했다.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분양가가 높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과 미아동에 각각 들어서는 ‘칸타빌 수유 팰리스’(118가구)와 ‘포레나 미아’(65가구) 등이 그 사례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강북구에 조성되면서 전용 78~84㎡의 분양가가 11억원대 안팎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렸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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