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모르핀과 같은 계열의 진통·마취제 … 2019~2021년 새 2배 수준으로
반려동물 수 증가, 노령화 등이 증가 원인 …마약 대용으로 쓰일 위험성 제기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최근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마약처럼 쓰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동물병원의 의약품 공급·관리를 감독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602건이었던 동물병원의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2021년 1만862건으로 2년 사이 1.9배로 늘었다. 올해 6월까지 6090건이 처방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처방량은 3년 전인 2019년 대비 2.2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는 동물병원 수도 2019년 690곳에서 2021년 1070곳으로 크게 늘었다. 처방량 역시 7505 패치에서 1만3785 패치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모르핀 등과 같은 계열의 진통·마취제다.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약효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200배 이상으로 효과가 큰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이용이 간편하다 보니 청소년을 비롯한 10대 이하에서도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 최근 이 패치를 태운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소년의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이런 탓에 동물병원의 펜타닐 패치 처방 급증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동물을 대상으로 처방된 펜타닐 패치가 사람에게 쓰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 의원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는 의존성이 있어 쉽게 오남용될 우려가 상당한 만큼 동물병원에서 처방이 늘어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올바른 처방이 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동물병원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해 마약류 약품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물병원의 의약품·마약류 사용의 관리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의료와 동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마약류 취급 내역을 보고하고 있다. 수의사법에 따라 진료부에 동물보호자의 인적 사항과 동물에 사용한 마약류의 품명·수량도 기록한다. 다만 동물병원 내에서 투약이 완료되면 동물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지는 않는다.
수의사들은 동물병원의 의약품 처방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반려동물의 노령화로 동물병원 진료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성·중증 질환 치료를 받는 동물 환자도 증가했다.
또 펜타닐 패치 등 통증관리에 필요한 마약류의 사용 증가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동물권은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권을 지니며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고 학대·착취 등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기본적으로 가진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동물을 치료할 때 진통제 처방 같은 통증 관리가 예전보다 적극 이뤄지는 추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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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병에 걸리고 통증으로 괴로움을 느낀다"며 "항암치료를 하는 동물 환자도 적지 않은데 항암 과정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똑같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병원의 의약품 사용 수치 자료만으로 동물병원을 의약품 유출 경로로 추정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라며 "사람 의료와 동물 의료 각각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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