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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서 사라진 '이명희·조현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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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투자설명서에는 리스크 적시

대한항공에서 사라진 '이명희·조현아 리스크'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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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당사의 특수관계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상해와 업무 방해,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으며, 2020년 11월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 2월 1일에는 해외 물품 구매 후 관세를 미납한 혐의로 조현아 전 부사장 등과 함께 관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까지 진행했으나, 징역,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를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택배회사인 '한진'이 300억원 규모 사채(제103회 무보증)를 발행하며 내건 핵심투자위험 중 하나인 '특수관계인의 평판 관련 위험'의 한 부분이다. 다른 기업의 투자설명서와는 다르게 오너 일가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투자 위험'으로 간주하며 소상하게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평판 위험까지 대두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대한항공은 이 같은 평판 위험을 삭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진의 오너가 평판 위험
대한항공에서 사라진 '이명희·조현아 리스크' 지난 13일 한진은 300억원 규모 사채 발행을 하면서 이명희 여사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평판 위험을 적시했다.


한진은 한진가 3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민 한진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각각 0.03%에 불과하다. 이명희 여사의 경우 한진에 대한 지분이 아예 없다.


한진가 3세의 경영활동 차원에서 살펴봐도, 이명희 여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한진에 직책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 아니다. 현재도 직책을 갖고 있지 않다. 한진가 3세의 막내인 조 사장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지만 그는 법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고 한진그룹 내에서 '특수관계인의 평판 관련 위험' 요소로 지적된 적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진이 이 여사와 조 전 부사장 등 특수관계자의 평판 위험이 있다고 알린다는 것 자체가 다소 멀게 느껴진다. 이렇게만 보면 한진이 한진그룹의 과오를 떨쳐내고 새로운 오너십을 세우고 싶어한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평판 위험 인물로 적시된 이명희 여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현민 한진 사장이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염두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 문화를 고려하면 '이런 오지랖'은 현실성이 있는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


대한항공의 사라진 오너가 평판 위험
대한항공에서 사라진 '이명희·조현아 리스크'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또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7월 대한항공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6월보다 3단계 오른 22단계가 적용돼 거리 비례별 4만2900원에서 많게는 33만9300원이 부과된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이달 1만76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된다. 이로써 소비자가 내는 항공요금도 더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17일 김포공항 활주로 및 계류장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진의 선진적(?) 평판 위험 공시와 달리, 대한항공에서는 이 같은 평판 위험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특이한 점이다.


지난 9월6일 대한항공이 2000억원 규모 사채(제 100-1, 100-2) 발행에 나서면서 내건 공시한 위험요소에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군(KCGI, 반도건설 등) 간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내용은 자세하게 기술돼 있는데, 오너가 평판 위험은 없다.


정확하게는 '사라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한진과 같이 평판 위험을 적시하고 있었지만, 올 들어 이 부분을 덜어냈다. 오너가가 비슷한 지분율을 보유한 한진과 달리, 오너가의 평판 위험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너가 3남매의 대한항공 지분(우선주)은 0.53% 남짓이고, 이명희 여사의 경우 0.80% 정도이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진가 인물들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사채 발행의 위험 요소로까지 대두되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은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땅콩 회항' 등의 갑질 사건이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대한항공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다. 오너가 보호를 위해 해당 내용을 삭제한 것 아니냐거나, 한진보다는 대한항공에서 해당 내용을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동상이몽' 오너가 평판 위험
대한항공에서 사라진 '이명희·조현아 리스크'


더 흥미로운 것은 해당 건에 대한 두 회사의 의견이다. 일단 양 측은 해당 건이 '오래된 사건'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내 계열사임에도 두 회사의 '오너가 평판 위험'에 대한 판단은 갈렸다.


한진은 기존 공지한 대로 이명희 여사와 조 전 부사장을 회사의 경영 상황을 위협할 위험 요소라 판단했다. 한진 측은 "시간이 많이 지난 얘기"라면서도 "한진그룹의 계열사다 보니 대외적인 이슈에 대해 위험 요소를 올려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해당 재판 건이 끝났고, 이 여사와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아 투자 위험을 꼽을 수가 없어 올해부터 해당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 건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조사역이 최종 판단을 한다"라며 "회사는 내용을 뺀 것이고 조사역은 승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자기 불똥이 튄 금융감독원은 해당 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눈치는 아니었다. 금감원 담당자는 원칙적으로 볼 때 "공시 책임은 상장회사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당국은 사례집 등을 통해 분류한 위험에 대해 상장 회사가 기재를 누락한 경우 정정 요구 조치를 하고 있다"며 "오너가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면 기재하는 것이 맞고, 계열 관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면 기재를 해주는게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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