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
1년 만에 가격 3배 뛰어
2030년까지 우상향 전망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자재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 인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1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탄산리튬(99.5%급) t당 가격은 52만4500위안, 한화 1억484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3월에도 50만위안을 넘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역대 처음으로 50만위안을 넘어선 이후 4거래인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탄산리튬 가격이 t당 17만위안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가격이 3배 넘게 뛰었다.
또 다른 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히는 니켈이 러시아발 공급망 충격에 급등했다가 3분기 이후 안정세인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니켈가격은 올해까지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내년부터 t당 2만달러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리튬 가격은 당분간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리튬 수요가 2020년 대비 무려 4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지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리튬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심한 광물"이라며 "당분간 수급 불안이 완화되며 가격급등이 해소될 전망이지만 2025년 이후 점진적 가격 상승세를 보인 후 2030년께 글로벌 수요 확대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튬은 주기율표상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전류가 쉽게 흘러서 배터리에 많이 쓰이고 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67%가 호주와 칠레에 있으며, 이 국가들과 중국이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중국이 리튬 수입 대상국 1위로 올라선 이후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1~7월까지 중국 수입 비중은 64%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발효에 따라 중국산 리튬 의존도 줄여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떠올랐다. 이에 국내 배터리와 소재업체들은 투자 진행 속도를 높이는가 하면, 해외 리튬 생산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트로 염호의 염수리튬으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3월 1단계 설비를 착공한 데 이어 2단계 설비도 연내 공사를 시작한다. 기존 계획보다 반기 이상 투자 일정을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2025년 1·2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면 포스코그룹은 연간 수산화리튬 5만t(전기차 120만대분)을 생산할 전망이다.
SK온도 호주 레이크 리소스사의 지분 10%를 투자하고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크리소스는 아르헨티나 내 4개의 리튬 염호 자산 및 1개의 리튬 광산을 보유, 개발 중이다. 또 글로벌리튬사와도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3곳과 코발트·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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