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옥수수·콩…주요 식량 작물 수출 제한 조치
곡물 수급난→1·2차 가공품 '물가상승' 직격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이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곡물 수출에 ‘봉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진 2020년부터 중동지역의 오만, 아시아지역의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일부 국가가 밀·옥수수·쌀 등 주요 곡물에 대해 일찌감치 ‘무기한’ 수출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다 올해 들어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세계 각국에 ‘식량안보’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트리거가 됐다. 전쟁이 터지자 10여개 국가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핵심 곡물에 대해 빗장을 걸어잠근 것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비롯해 16개 국가가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 수출금지 및 허가제 등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확산하는 모양새다. 수출제한 품목도 밀, 옥수수, 보리, 귀리, 콩 등 식량용 곡물에서 해바라기유, 팜유 등 1차 가공품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국제적 ‘식량 창고’ 역할을 해 온 러시아에 대한 수출입 제재에 나서자 되레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량 안보’가 뜨거운 화두가 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금지 조치다. 세계 각국에 팜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인도네시아가 갑작스레 수출 중단을 선언하자 한국을 비롯한 다수 수입국에 즉각 충격이 가해졌다. 당장 수입 팜유 가격이 급등했고 과자와 라면 등 팜유를 활용해 만드는 가공식품 기업들은 급히 재고 확보에 나서는 등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도네시아가 이처럼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해바라기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세계 수출량의 43%(597만t, 2018~2020년 3개년 평균)를 차지한다. 러시아 역시 해바라기유 연간 수출량 280만t으로, 그 비중이 20%다. 두 나라의 해바라기유 수출 비중만 총 63%에 달하는 셈이다. 해바라기유 최대 공급국가들이 전쟁으로 수출을 멈추자 국제적으로 식용기름 값이 대폭 뛰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업자들이 비싼 값에 물량을 과도하게 내다 팔면서 정작 내수용이 부족해졌고, 이에 정부가 ‘강제 수출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가늠하기 어렵고, 당장 ‘플랜B’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나아가 이 같은 식의 수출봉쇄 정책이 언제 어디서 더 취해질 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수출입품목 공급망 상황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지만, 현재 3~6개월분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매대에서 물건이 사라지거나 수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팜유뿐 아니라 최근 이와 같은 이슈가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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