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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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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 영화제 현지 취재
배우 송강호 인터뷰

[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송강호/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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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송강호. 충분히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최고의 영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칸 영화제에서 각 영화를 전부 보고 점수를 부여하고 상을 주는 심사위원. 그 자리의 무게는 엄청나다. 그는 영화제 개막에 맞춰 폐막까지 현지에서 머무르며 영화 보고 심사평 쓰는 일을 반복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그는 “체력적으로 부치지만, 경쟁 작품이 없어서 솔직히 마음은 편하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송강호는 제74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본지와 만나 남자 배우 최초 심사위원 자격으로 초청된 소감과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본지는 가장 먼저 인터뷰를 했지만 칸 영화제 폐막 후 보도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엠바고를 지켰다. 아울러 심사 과정 등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심사위원으로 나선 배우와 영화제를 존중해서 였다는 것을 밝힌다.


살인적인 일정 탓인지 반쪽이 된 얼굴로 마주한 송강호는 국내에서 현지 취재에 나선 본지와의 만남에 마음이 놓인 듯 환하게 웃었다. “어떻게 이번에 멀리까지 취재를 와주셨냐”면서도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에 이어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당시 만남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백신 2차 접종까지 모두 완료하고 왔다”며 건강을 염려하는 기자를 안심시켰다.


송강호는 제74회 칸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일정을 무사히 소화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 배우 전도연 등이 심사를 맡은 적 있으나, 남자 배우로는 최초 쾌거다. 특히 2019년 봉준호 감독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2년 2개월 만에 개최된 영화제의 심사위원석에 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울러 이병헌이 배우 최초로 폐막식 시상에 나서 만나게 됐으니 여러모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다.


[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송강호/사진=쇼박스


이날 송강호는 “칸에 오기 전에 박찬욱 감독님께 전화를 드려서 ‘아이고 나 이거 어떻게 해요’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조금 듣고 그랬다”며 “(전)도연 씨가 배우로서 스타트를 잘 끊어주셔서 저는 편안하게 심사하고 있다”며 웃었다.


송강호는 주요 경쟁작의 레드카펫에 함께 오르며 배우, 감독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면서도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칸 영화제의 전통인데 심사위원에게 리스펙(존경)을 보낸다. 다른 영화인들이 입장해야 하는데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레드카펫을 하도록 막는다. 심사위원을 향한 영화제의 리스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송강호는 개막식 이후 진행된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올해 팬데믹 상황에서 영화제가 열리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어렵게 열리게 됐다”며 축하를 보낸 바. 현지에서 심사하며 번거롭지만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칸 측 방역 수칙이 워낙 철저해서 심사위원도 예외는 아니다. PCR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전 관객이 뤼미에르 극장과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내에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만, 분위기는 이전의 칸 영화제와 다를 바 없다. 그 안에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이 훌륭하지 않나. 이러한 모습을 국내에서도 보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올해 칸 영화제에 비경쟁 초청작인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주연배우로도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프리미어 상영 당시에도 다른 영화 심사에 참여하느라 레드카펫과 세리모니에만 참석했다. 그는 “마음이 편하다. 경쟁작으로 칸에 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꼭 상을 받으러 칸 영화제에 오는 건 아니지만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올해는 비경쟁 중에 최고의 섹션으로 초청을 받으니 대우는 대우대로 받고 마음에 부담 없이 즐기고. 다른 작품을 편안한 마음으로 심사한다”고 솔직히 말하며 웃었다.


국내 작품은 없지만, 경쟁작의 면면은 화려하다. 송강호는 “경쟁작들을 보는데 깜짝 놀랄 작품이 많더라. 역시 세계 최고의 영화들이 모두 칸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견이 일치된 작품도 있지만, 논쟁을 펼친 작품도 있다”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은 어떤 일정을 소화할까. 그에게 어떤 일과를 보내고 있는지 묻자 “매일 영화를 보고 심사평을 나눈다”며 “오늘도 밤 12시 30분까지 일정이 있다”며 쉽지 않은 심사 과정에 대해 들려줬다.


“경쟁작 24편을 전부 보고 심사해야 한다. 심사위원단 앞에서 각 작품에 관한 정확한 내 입장과 심사 멘트를 해야 한다. 오늘도 세 편, 내일도 세 편을 보고 심사하게 된다. 심사위원단 회의 때 발표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심사위원의 발표를 보고 저도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좋다.”


[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심사위원이자 배우 송강호는 어떤 작품에 마음이 움직일까. 그는 “한 가지 말로 정의할 수 없다”면서도 “다른 장르 영화인데도 마음이 가기도 하고, 메타포(metaphor)가 가득한 영화에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종류에서건 울림이 있는 영화가 좋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국내에서 이미 숱한 작품을 통해 신뢰를 얻은 배우다. 전 세계 무대에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전과 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 다를 터. 현지에서도 그를 향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서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하고 ‘패러사이트!’(PARASITE)를 외치며 그를 알아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해외에서 정말 많은 출연 제의와 문의가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진데 특별히 해외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많은 작업을 하는 배우도 아니고, 평소에도 다작할 여력도 없다. 국내 스케줄만 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최대한 정중히 마음을 담아 거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 현지에서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위상이 달라졌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칸 측에서 봉준호 감독과 저를 남다르게 신경 쓰는 게 느껴진다. 스파이크 리 심사위원장도 관심을 많이 보이시고. ‘기생충’ 포스터를 들고 오셔서 제 사인을 받았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한테 싸인 받아야 하는데 어제 귀국했어’라며 아쉬워하시더라”며 “봉 감독과 함께 ‘기생충’ 오스카 레이스를 하며 가끔 뵀기에 친분이 있는 사이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현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미에서는 한국영화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는데 달라졌다고 하더라. 이란, 브라질 등 남미, 중동권에서도 한국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해당 지역에서는 한국 영화가 굉장히 드물지 않았나. 확실히 느끼는 건 우리 영화를 대하는 벽이 없어진 느낌이랄지. 그런 면에서 ‘기생충’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분께서는 ‘기생충’이 나의 첫 한국 영화였다는 말도 한다. 이를 통해 그 후로도 한국 영화를 더 찾게 됐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말을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시는 분이 많이 계신다”라고 전했다.


[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단독] 송강호 "칸 심사 훌륭한 작품多, 논쟁 펼치기도 했죠"(인터뷰)


송강호는 이러한 변화와 달라진 위상이 어제오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바라봤다. 그는 “지난 20년간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의 발전,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과정을 20년 동안 쭉 지켜보고 있었다고 본다. 이창동,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등 뛰어난 감독님, 아티스트들이 끊임없이 좋은 작품으로 결실을 보고 계시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 중에서도 한국영화 팬이라며, 단지 인사가 아니라 한국에서 작업할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분도 계신다. 전 세계 영화인,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라는 존재가 분명히 각인됐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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