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성인 잡지 '맥심'이 표지에 '군복 비키니' 차림의 여성 모델을 내세운 것과 관련해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성적 대상화의 폭력을 당하는 여군은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강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여성 청년이 군대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조직적 2차 가해와 사건 은폐를 경험하며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그때 어떤 '남성 잡지'는 비키니 입은 여군 컨셉의 모델 사진을 표지에 내세웠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맥심은 6월호를 '호국보훈의 달' 특집으로 꾸미면서 군복 비키니를 입은 여성 모델을 표지에 담았다.
하지만 이런 기획이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 대표는 "참 잔혹한 세상"이라며 "더 절망적인 대목은 단지 성적인 표현물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사진이 문제인지 특정 직업의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물이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낄 틈이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을 꼬집었다. 그는 "나와 타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들이 '페미'라 조롱당하고 지겹다며 야유받는 동안 과연 어떤 정치인들이 그 목소리들의 곁을 지켜주고 갈라진 국민들의 서로 다른 언어를 통역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한 세대를 참칭하며 젠더갈등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정치세력이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할당제 폐지를 비롯해 남초 커뮤니티 일각에서 통용되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옮겨오는 게으른 정치인들이 판을 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갈등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인들은 기세가 등등하다. 하지만 정말 절박한 사람들은 날 대변할 정치를 갖지 못한 채 난민처럼 부유한다"며 "청년에게 표 받으려는 정치는 차고 넘치지만 청년을 위해 새 세상을 설계하려는 정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 역시 책임이 크다"고 반성했다.
끝으로 강 대표는 "올해 세상을 떠난 청년들의 죽음을 생각한다. 고(故) 변희수 하사, 고(故) 이선호 노동자, 고(故) 이 중사를 생각한다"며 "지금 청년의 대변자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은 한 번도 이분들을 추모하지 않았으나 이 세상의 수많은 변희수, 이선호, 이 중사님을 살리기 위한 정치야말로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 정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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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 대표가 언급한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이후로도 복무를 희망했으나 강제 전역한 이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호씨는 평택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사고로 숨졌으며 이 중사는 군 성폭력과 2차 가해 등을 겪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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