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절반 "결혼, 절대 안 하거나 안 할 가능성 높아"
결혼 대안으로 '동거' 택하기도
전문가 "개인주의·경제적 문제 등 영향 끼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결혼 안 해도 행복한데 왜 해야하죠.", "결혼해도 아이 낳을 생각은 없어요."
최근 경제적 부담감과 개인주의 등을 이유로 결혼은 물론 출산마저 포기한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청년층은 결혼의 대안으로 동거를 택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전문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사람인이 20·30세대 16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자녀 출산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9%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정적 답변 중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47.9%, '절대 안 한다'는 응답은 6%였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밝힌 대학생 김모(25)씨는 "지금 내 삶도 바쁜데 굳이 결혼해야 하나 싶다"면서 "직장에 다니게 된다면 더 바빠질 텐데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애와 달리 결혼은 여러 측면을 다 따져야 하지 않나"라며 "집안 형편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 아니라서 자신감이 없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일조사에서 자녀출산과 관련한 질문에 응답자의 80.9%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자녀를 키우기에 소득이 적어서'(28.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서(19.9%) ▲자녀에게 충분히 잘해줄 수 없을 것 같아서(18.6%) ▲한국의 치열한 경쟁과 교육 제도 아래서 키우기 싫어서(12.8%) ▲경력 단절이 우려돼서(10.5%)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5.6%)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 이모(30)씨 또한 "결혼할 마음도 없고, 설사 결혼한다고 해서 자식을 낳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자식을 낳으면 교육비나 양육비가 많이 들지 않나. 이런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자식이 갖고 싶은 걸 다 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자식을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든다. 이렇게 확신이 없을 바에야 아예 안 낳는 게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출산을 포기한 젊은층은 적지 않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8.5% 줄어든 2만30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이 월 단위 출생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7월 기준 가장 적은 규모다.
상황이 이렇자 결혼과 출산에 부담을 느낀 일부 젊은층은 결혼의 대안으로 동거를 택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심리와 함께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동거를 택하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직장인 오모(28)씨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혼하면 시댁 등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싫다"면서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도 결혼해서 서로 깊숙이 얽매이기보다는 서로 부담이 덜 되는 동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동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좋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연구위원팀이 동거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다른 사람의 부정적 편견이나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성적으로 문란하고 비도덕적이라거나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보는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은 경험이 70%에 달했다.
전문가는 개인주의와 경제적 문제 등이 젊은층의 비혼 현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져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자기 생활을 즐기는 비용도 있는데, 아이까지 낳게 되면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또 아이를 낳게 되면 양육비가 많이 들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집값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청년층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때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의지가 비교적 높아질 것"이라며 "출산 지원이나 양육 시스템에 관한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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