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7월比 4조705억 늘어
주담대도 4조1606억↑…올들어 3번째로 큰 폭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민영 기자] 지난 달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인 4조원 넘게 폭증했다. 같은 시기 주택담보대출도 비슷한 규모로 급증하는 등 가계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초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고 일단 빚을 내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 가용한 대출과 자산을 모두 끌어모아 내집마련에 나선다는 30~40대 '영끌' 등의 흐름이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달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705억원(3.38%)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월(2.28%)에 견줘 1%포인트 넘게 커졌다. 월 단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증가 규모다.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증가액은 올 3월 2조원대에서 4월 약 5000억원으로 내려갔으나 이후로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담대의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은행의 지난 달 말 주담대 잔액은 456조983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1606억원(0.91%) 급증했다. 올 들어 3월과 4월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늘었다. 증가율은 전월(0.30%)의 3배를 넘는다. 6월에 약 8400억원 증가로 잠시 주춤했으나 7월 이후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층이 가용한 주담대를 최대한 받고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메워 집을 사는 '영끌 패닉바잉(공황구매)'의 움직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지난 달 20~26일 진행한 아파트담보대출 사전신청에 2만6400여명이 몰렸는데, 이 가운데 55%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인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ㆍ유동성ㆍ코로나 등 복합 영향
2030 연체 가중으로 부실우려 고조
유동성 확대로 상승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에 대출을 받아 뛰어드는 '빚투'의 양상도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SK바이오팜ㆍ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몰린 수 십 조원의 자금 중 상당부분도 신용대출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달 1~13일 1조2000억원 증가한 5대 은행 신용대출이 14~31일까지 3주도 안 되는 기간 2조8000억원이나 뛴 게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높아야 2%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금리,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옥죌 수 있다는 관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난의 우려도 최근의 대출 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한 마디로 '일단 대출받고 보자'는 흐름이 매우 짙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이 가파르게 불어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부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코리아크레딧뷰로(KBC)의 지난 7월 말 기준 연령대별 대출과 연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대출액과 연체액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1인당 대출액은 3777만원으로 전월 대비 1.97% 증가했으며 1인당 연체액은 56만2000원으로 전월보다 3.92% 늘었다.
20대도 1인당 대출액이 698만원으로 전월 대비 4.08% 증가했고, 연체액은 10만8000원으로 전월보다 3.5% 늘었다.
반면 40대의 총대출액은 0.51% 증가하는 데 그쳤고 50대와 60대의 대출액은 각각 0.23%ㆍ1.04% 감소했다. 1인당 연체액은 40대가 1.23%, 50대 0.55%, 60대 0.54% 늘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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