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국제유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재고평가손익을 통해 정유사가 실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고평가를 통해서는 손실이 대부분이고, 환입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유사가 재고이익이 발생했다면 '래깅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래깅효과란 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의미한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는데 보통 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에도 원유 가격은 계속 변한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배럴당 30달러에 구입해 들여오는 기간 중 원유 가격이 50달러로 상승했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20달러 만큼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정유사가 얻는 마진이 커지는 것을 래깅 효과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석유제품 수요다. 유가만 오르고 석유제품 수요가 그대로라면 소용이 없다.
유가가 하락해 정유사들이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들여올 때도 래깅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 석유제품 수요가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보통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국제유가가 하락한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은 단순히 수요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니다. 경기 둔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운송, 산업 수요가 한 순간에 쪼그라 들었다.
우리나라도 올해 1월 휘발유 소비는 615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6.02% 감소했고, 경유는 1177만배럴로 23.52% 줄었다. 휘발유는 지난 5년간(2015~2019년) 평균 소비량(650만배럴)보다 5.3%, 경유는 평균(1339만배럴)보다 12.0% 감소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원유 공급은 산유국 간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 에 실패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리어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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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유럽에서 확산됨에 따라 유럽 항공 노선이 중단되는 등 석유제품 소비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중국과 함께 석유제품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 석유 소비 감소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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