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논란의 욱일기, 일제의 '국기'가 아니었다고요?](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8100215450930517_1538462711.jpg)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달 11일 제주도에서 열릴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旭日旗)' 게양 문제가 한일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과거 일제 침략의 상징적인 매개체로 여겨지는 욱일기는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가 군기(軍旗)로 사용하고 있고, 일본 우익세력들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구 일제의 국기인 것으로 혼동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로 쓰인 적이 없다. 욱일기는 일본군의 군기(軍旗)로만 쓰였고,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국기는 흰 바탕에 붉은 원 하나가 그려진 일장기다. 1999년 일장기가 법률상 국기로 채택될 때, 일제 당시보다 원의 크기가 작아졌을 뿐 정식국기는 계속 일장기로 쓰여왔다.
원래 욱일기는 1870년,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의 근대식 군대가 창립되기 시작할 당시 육군의 군기로 쓰였으며, 1889년에 해군기로 쓰였다. 2차대전 당시에는 주로 해군 함대에 많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군함기'로 주로 불린다고 한다. 일제 패망 직후인 1945년에는 연합국 점령 하에서 잠시 자취를 감췄으나, 일본이 연합국 점령상태에서 벗어난 1952년 이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1954년에 일본자위대의 군기로 채택되면서 다시 일본의 대표적인 해군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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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와 국기는 흔히 혼동되곤 하지만, 여러나라에서 국기와 조금씩 다른 모양의 해군기를 채택했다. 해군기가 별도로 생긴 이후는 해적선이나 해당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해적활동을 용인받은 사략선 때문이었다. 해당 국가의 국기만 건 민간선박인척 운항하다가 다른 상선을 만나면 숨겨둔 무기로 무장하고 약탈을 자행하는 해적선이 19세기까지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민간 상선이 아닌 해당국의 정식 해군 소속 함정임을 알리는 해군기가 태어났다고 알려져있다.
욱일기의 경우에는 일장기에 햇빛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욱광(旭光)문양을 추가한 것으로 원래는 특별한 깃발이 아니었다. 욱광문양을 넣은 깃발은 일본 말고도 세계 곳곳에 있다. 현재 마케도니아 국기를 비롯해 구소련의 공군기, 미국 펜실베니아 주 깃발 등 각종 깃발에도 비슷한 도안이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거 전 근대시대 민간에서 많이 쓰던 문양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일제의 침략전쟁이 시작된 이후 아시아-태평양 일대 많은 나라에서 욱일기는 일제의 전쟁범죄와 만행, 학살의 상징물이 됐다. 아시아에서는 독일 나치의 상징물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보다 끔찍한 깃발이 된 것.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논란의 욱일기, 일제의 '국기'가 아니었다고요?](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8100215390630503_1538462348.jpg)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일제의 전쟁범죄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국가가 많지 않고, 그나마 일본과 직접 전쟁을 치렀던 미국마저 1952년, 6.25 전쟁의 여파 속에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하면서 크게 터부시 하지 않게 됐다. 욱일기는 주일미군의 엠블럼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안인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일제 패망 이후 연합국 최고 사령부(GHQ)도 욱일기 사용을 금지한 적이 없다면서 1954년 이후 자위대의 군기로 계속해서 사용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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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은 일본의 정식국기인 일장기다. 보통 둥근해 모양이란 뜻의 '히노마루(日の丸)'라고 불려온 일장기는 15세기부터 무역을 허가받은 무역선에 쓰던 표식에 불과하던 것이 대외 국기가 되면서 19세기 말 메이지 정부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붉은 염료와 흰 천이 값쌌기 때문에 이를 무역선 인준 문양으로 넣었을 뿐이었지만, 17세기 이후 포르투칼과 네덜란드 상선들과 교역하면서 유럽에 이것이 일본의 상징 국기인 것처럼 오래 소개되는 바람에 국기로 굳어버린 것. 이로인해 1999년 정식으로 법률상 국기가 될 때까지 이 히노마루는 잠정적 국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일본군이 욱일기를 훨씬 많이 사용하면서 과거 일제의 정식 국기처럼 알려지게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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