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동체 속 이기주의 만연…제도·규정보다 이웃 간 교류 늘릴 수 있는 문화 정착 시급"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일부 구성원들의 자기중심적인 행태의 원인이 공동체 문화의 부작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온다. 공동체 문화가 심화되면서 '내 사람'과 '남'을 철저히 구분하게 돼 버린 우리 사회의 이면이라는 지적이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일 "주거 형태가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인 이후 공동체 속 이기주의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사고 역시 공동체 사회의 이면으로 봐야 하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유대와 연대가 강했지만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 이데올로기가 심화되면서 개인주의가 많아지고 타인을 위한 배려가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여 살면서 이웃들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졌다는 해석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이른바 '불법 주차사건' 역시 장본인 A(51ㆍ여)씨가 사과문을 통해 "입주자분과 대화를 하면서 제가 오해하고 있던 상황을 알게 됐다.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의 큰 잘못"이라고 밝힌 것에서 볼 수 있듯 자기중심적인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학계에서는 이처럼 주변과의 철저한 단절을 고수하는 자기중심적 구성원들을 포용할 문화가 필요하고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은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며 "마을ㆍ동네'를 하나의 필수적 공동체로 인식해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고 여겼던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ㆍ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위급상황 발생 시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응답은 62.4%로 10년 전(72.7%)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문제는 주거 형태나 제도의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76년 행정기관 주도형으로 도입됐던 반상회가 1997년 정부의 자율화 정책에 따라 사라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 교수는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늘릴 수 있는, 이를 테면 마을 장터나 주민 소통 공간 등을 정책적으로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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