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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자영업 몰락은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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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자영업 몰락은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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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 도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이모 사장(50)은 최근 5년 가까이 운영하던 편의점 문을 닫는 데 성공(?)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벌인 사업에도 실패해 생활비나 안정적으로 벌자고 시작한 게 편의점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점차 장사가 안 되더니 급기야는 월 100만원을 가져 가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르바이트생 대신 야간 근무를 직접 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 전 지방 선거 기간엔 선거운동원으로 뛰기도 했다. 선거운동원 일당이 편의점 경영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부터 폐점을 신청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후임 경영주가 나타나지 않자 본사에서 폐업을 미뤄달라고 요청해 이에 응하다 보니 3개월이 넘도록 시간만 끌다가 겨우 폐점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장사는 안 되는데 밤샘 근무를 하니 몸은 망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편의점들의 폐업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중 폐점한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가 무려 1042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의 698개에서 1.5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연말까지 문을 닫는 점포 수가 2000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위축에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570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 폐업률이 창업률을 넘어섰다고 한다. 서울지역 창업률은 2.4%에 그쳤지만 폐업률은 4.3%에 달했다. 점포 100개 중 4.3개가 문을 닫고 2.4개가 새로 창업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자영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자영업의 몰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알려진 것만큼 크지 않다. 사실은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인상돼 자영업 경영기반에 치명타였다. 자영업으로선 간신히 버티던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요인까지 생기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한 형국이다.


그런데 임대료 상승은 알고 보면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다. 환란 이후 경상수지 추세를 살펴 보자. 환란 직후인 1998년 400억달러이던 경상흑자는 이후 조금씩 줄어들어 이후 100억달러를 밑돌던 흑자 규모는 2009년 33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후 3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흑자 구조가 정착됐다. 2013년도엔 무려 798억달러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785억달러, 2018년에 650억달러로 예상된다. 20년째 흑자기조가 이어진 데다 10년 전부터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시중의 엄청난 과잉 유동성은 당연한 결과였다. 해외투자를 장려하는 게 대책의 전부였을 뿐이다.

시중에 돈은 많은데 기업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으니 갈 곳은 뻔하다. 경기가 나쁘다고는 하나 아파트 가격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상가 가격도 급등했다. 임대료 폭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저금리를 유지했고 자산가격 상승은 이어졌다. 도처에서 부동산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가 분양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났고, 자영업도 당연히 늘어났다. 여기에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40대 이후는 자영업으로 내몰렸다. 그 결과는 아는 대로다. 자영업의 몰락이다.


정부는 산업정책으로 시중 돈이 갈 투자대상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했고, 거시정책으로 과잉 유동성을 방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일자리 부족, 부동산 가격 상승 그리고 자영업의 몰락이라는 비극이 생겨났다.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보호법을 손질해 임대료 상승을 규제할 모양이다. 인상 폭을 규제하고 임대기간도 조정한다는 게 복안인 듯하다. 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도 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증요법만으로 근본 해결이 될지는 의문이다. 자영업의 몰락은 그냥 내수형 업종들의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다. 자영업 몰락에 관한 한 현 집권세력도 간접 책임이 있다고 본다. 소비를 위축시킬 정책을 수도 없이 쏟아냈으니 말이다.


최성범 국민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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