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독일의 달콤한 역발상 '아이스와인'](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2080708405771904_1.jpg)
아이스와인은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편이다. 원조는 독일이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러 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을 맛보고 그 달콤하고 오묘한 향에 반해 국내서도 많이 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포도를 얼려서 수확한다는 특별함 때문에 스위트와인 중에 아이스와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포도를 한겨울까지 포도나무에 달려 있게 두었다가 얼린 것을 수확해 만든 것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와인 생산국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는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해 만든, 그야말로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같이 추운 나라에서는 항상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정상적인 수확 시기를 지나서 늦게 따면 포도의 당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확 시기를 계속 미루다가 겨울까지 간 것이다. 포도는 보통 9월이나 10월에 수확하는데 아이스와인을 만들려면 12월이나 1월에 서리와 눈을 맞히고, 바짝 얼어붙은 포도를 수확해야 한다. 그래서 온 동네에 비상을 걸어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새벽에 사람들이 나와 잠을 깨려 눈을 비비면서 꽁꽁 언 포도를 수확하고, 얼어 있는 상태에서 녹기 전에 압착한다. 그래야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에 과즙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수확한 포도는 나무에 오래 달려 있게 한 덕분에 묘한 향이 추가돼 더욱 깊은 향과 맛 그리고 신선함까지 지닌 와인이 된다. 추운 겨울에 포도를 건조하는 '냉동건조(Freeze drying)'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부패가 방지되고 포도 고유의 향이 고스란히 보존되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 명태를 말리는 우리나라의 황태덕장도 바로 이런 냉동건조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스와인의 인기가 올라가자 최근에는 춥지 않은 나라에서도 포도를 인공적으로 얼려 아이스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아이스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에서는 인공적으로 얼려서 만든 와인에는 아이스와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정했다. 아울러 독일은 영하 7도 이하, 캐나다는 영하 8도 이하에서 수확하도록 정했다. 이 규정을 가장 환영하는 곳이 캐나다다. 추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도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는 날씨가 쉽게 찾아오지 않아 10년에 3~4번 정도로 생산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독일은 아이스와인(아이스바인)의 고향이다. 생각지도 않은 서리가 내려 아이스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1794년부터 등장한다. 아울러 가장 향이 좋은 리슬링이란 포도로 만들어 향기가 가득한 와인이 되며, 산도가 높아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다른 것보다 오래 숙성시킬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캐나다는 새로운 아이스와인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해마다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는데 생산량도 가장 많은 데다 생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상업적인 아이스와인 생산은 현재 캐나다 최대의 아이스와인 생산자인 이니스킬린(Inniskillin)이 1983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1991년 세계와인전시회에서 1등을 하면서 캐나다 아이스와인이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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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와인은 다른 스위트와인과는 달리 산도가 높아 금방 질리지 않고 복숭아, 살구, 꿀 그리고 열대과일 향까지 다양한 풍미를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에 초보자나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달콤하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아이스와인은 여러 가지 와인과 음식을 맛본 다음에 한 잔 따라서 그 농익은 향을 음미하면 또 다른 와인의 맛을 발견할 수 있다. 우아한 파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와인으로 적격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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