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자금성에서 만찬을 즐기고 하루 일정을 온전히 자금성 내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정궁인 자금성이 주목받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자금성의 출입제한 구역인 건복궁(建福宮)을 개방했다.
이 건복궁은 예전 청나라 황제인 건륭제의 보물창고로 과거 23만여점의 보물들이 모여있던 곳이다. 두 정상은 삼희당(三希堂), 보온루(寶蘊樓), 창음각(暢音閣) 등 과거 황제들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전각을 오고가며 차를 마시고 환담하면서 공연을 즐겼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건국된 이래 외국정상이 이처럼 자금성에서 하루종일 공식일정을 가진 것은 처음이라 파격적인 예우로 불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 하루 8만명이 찾는 자금성을 임시휴관시키고 완전히 비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와같은 파격적 예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양에서도 자금성은 'Forbidden City', 즉, '금지된 도시'라 불리며 예로부터 신비의 장소로 여겼다. 오늘날 남은 전각들과 성벽만 해도 동서 760m, 남북 960m에 72만㎡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자금성은 청나라 멸망 이전에는 외성까지 포함하면 8㎢가 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궁궐이었다.
자금성이 지어진 시기인 1406년에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기 때문에 자금성에 대한 갖가지 전설이 만들어졌다. 서양에는 '자금성(紫禁城)' 세 글자 중에 금할 금(禁)자가 Forbidden으로, 성 성(城)자가 'City'로 번역되면서 금지된 도시라고 번역됐다. 일반 사람들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황제만의 공간이란 의미가 특히 강조됐던 것.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유행한 이후 서양에서 중국은 사방에 황금과 보물이 가득한 거대한 제국이라 인식됐었기 때문에 자금성에 대한 판타지는 더욱 커지게 됐다.
하지만 이 '금지된 도시'란 번역은 자금성의 원 뜻을 완벽히 담고 있는 말은 아니다. 앞에 나온 '자(紫)'의 의미가 전혀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금성의 원래 의미는 고대 중국에서 우주의 중심이라 믿었던 북극성에 있는 '자미원(紫微垣)'이 지상에 그대로 재현돼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자미원은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는 옥황상제가 거주하는 곳으로 우주의 중심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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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대리인을 자처한 천자가 거주하는 자금성은 자미원이 지상으로 이전한 곳이란 뜻을 가진다. 그래서 자금성의 문을 넘으면 인간계가 아닌 천계이기 때문에 아무나 못들어온다고 하여 뒤에 '금할 금(禁)'자가 붙은 셈이다. 그러다보니 천문과 관련된 모든 일도 자금성에서 관리했다. 그래서 매해 새로운 달력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자금성의 중요한 행사였다. 자금성의 남문이자 정문인 '오문(午門)'에서는 매년 새 달력이 나오면 이를 황제가 반포하고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천안문(天安門)'은 사실 자금성 밖의 황성의 남문으로 오문보다 밖에 있는 문이다. 여기서는 새로운 법률을 반포하고 군대가 출전할 때, 황제가 이를 배웅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원래 명나라 때 이름은 '승천문(承天門)'이었지만 1457년 벼락을 맞고 복원된 이후 다시 1644년 명나라가 멸망할 때 무너졌다가 청대에 들어서 재건됐다. 재건 이후에는 보다 부드러운 이름인 천안문으로 개명됐다. 1949년, 마오쩌둥이 이 천안문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한 이후 오늘날 중국의 상징이 됐고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도 걸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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