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中 공장 진출 제동…18일 소위원 회의, 승인 여부는 미지수
노사 문제를 포함한 노동개혁과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데, 정부가 오프쇼어링(국내 생산지 해외 이전)을 막고, 리쇼어링(해외 생산지 국내 이전)을 유도해 내수활성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은 지난 7월 이사회 결의 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출 승인을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 패널에서 성숙기가 지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투자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공장 건립을 발표했지만 주무부처 수장인 백운규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백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InterBattery) 2017'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LG디스플레이 증설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술유출을 철저히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앞서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휴대폰·가전업계 간담회'에서도 중국 진출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백 장관은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해줬으면 좋겠지만 세계 시장 진출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 꼭 중국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라고 중국으로의 투자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산업부는 전기전자전문위원회 내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허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달 18일 소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승인 여부는 미지수다. 승인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7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기존 부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 고용 증대 효과 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시안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공장 증설은 사전 승인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반도체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정부가 계획을 검토한 후 수정이나 보류를 요구할 경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2006년 준공된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은 10년간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절반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중국 투자 부정론이 번져 투자가 중단될 경우 향후 미세공정 전환에 필요한 공간이 추가 확보되지 않아 생산량 감소 등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가 해외 투자 결정을 막는 것은 기업들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가장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데, 중국 밖에서 생산해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제동을 건다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을 불러와 국내 투자로 전환시키려면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유도하지만 한국 정부는 법인세·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친화 정책을 통해 오히려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노사 문제를 포함한 노동개혁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야말로 새정부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해법이라는 목소리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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