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 부장 "새로운 핵 국가 있어서는 안돼" 민감한 반응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반대는 물론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남북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북이든 남이든, 동북아든, 전 세계 다른 지역이든 새로운 핵 국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왕 부장은 북한을 향해 "더 이상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면서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중국은 북한과 한국, 미국 사이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로의 복귀를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세계평화의 닻이고, 침략은 중국의 유전인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무장도 반대하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전술핵 배치와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특히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뉴욕에서 가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의 양자회담 후 외교부 홈페이지에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결과 자료에서 "강 장관이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는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발표에 없는 대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에서 우리 측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상대국의 발표문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는 외교적 관례 때문에 중국의 발표내용을 전면 부인하지 못하지만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측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국 외교장관의 발언을 자국의 희망대로 해석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측의 이런 발표로 외교 상대국이 가끔 곤란해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기본 입장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논란에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안보에도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야당과 국방부 등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서 '검토'로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 (전술핵 재배치를) 안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핵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사드 배치처럼 갑자기 전술핵 재배치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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