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방송장악 저지 국회 보이콧'...'호남 예산 홀대론'...'전술핵 당정 엇박자'...'코너에 몰린 대화론'...
여당이 야권으로 부터 연일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당 내부에서는 갈급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사안마다 논평을 통해 '대꾸'를 내놓고는 있지만 실상 대답조차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 뿌리에는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 가운데 상당수는 야권의 무리한 '몽니'에서 시작됐다는 점 또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민주당의 심리를 말해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정기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결정했다.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규정하면서다.
이어 4일부터 시작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모두 불참했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와 대검찰청, 고용노동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릴레이 항의방문을 가졌다.
무려 12년 만에 거센 장외투쟁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집 나간 자식' 대하듯 "국회로 돌아오라"며 급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이 비상의원총회를 연 7일 수소차 시승식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장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국회 앞마당에는 미래로 가는 친환경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것이 우리 미래구나 하고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전국의 성인 1만5395명을 상대로 방송사 KBS와 MBC 노조의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이 66.4%로 나타났다. 국민 3명 중에 2명은 파업을 지지한다는 얘기다.
40대의 경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79.9%였고, 30대에서도 79.8%로 나타났다. 20대와 50대는 각각 74.4%, 63.3%였다. 60대 이상에서는 공감이 42.6%로 낮았지만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인 38.6%를 앞섰다.
한국당이 북핵 안보 이슈와 함께 여론을 주도할 목적으로 방송장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야심차게 장외투쟁을 나섰지만 이를 지지하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 '호남 홀대론'을 꺼내든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국민의당은 2018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 축소한 것과 관련해 호남지역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호남 SOC 예산을 삭감한 것은 호남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영남과 호남 예산이 2.5배, 7배까지 차이가 날 만큼 호남은 홀대받았다. 영호남 SOC 예산을 똑같이 삭감했다는 것은 호남에 차별이자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영남지역 지방자치단체의 건의가 없었음에도 3053억원의 SOC 예산을 '특혜 배정'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호남 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예산이 축소됐다면서 '지역감정' 조장이라고 반발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SOC 분야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 악화 없이 교육·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라며 "민주당과 지역주민을 이간질해 어떻게든 당의 지지도를 떨어뜨려 보겠다는 얄팍한 정치공세고 억지주장"이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안철수 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이 예정된 6일에 2박3일 일정으로 호남행을 택했다. 일정 내내 SOC 예산 홀대론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 대표는 8일 광주시의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호남고속철 예산 3000억원 신청했지만 95% 삭감됐다. 이게 호남 홀대가 아니면 호남 접대냐"며 "호남 SOC 예산 지켜야 한다고 하니 민주당은 적폐니 지역감정이니 운운하며 비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앞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6.0%로 전주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2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14.3%에서 10.8%로 크게 떨어졌다.
리얼미터측은 "국민의당 지지율은 4일 6.6%로 출발해 5일 5.7%로 하락했고, 김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안철수 대표의 광주 방문이 있었던 6일에는 5.9%로 올랐으나 최종 주중집계는 6.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막판 반짝 상승했지만 이혜훈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바른정당에도 뒤쳐진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9월 첫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은 4%로, 더불어민주당 50%, 자유한국당 12%, 바른정당 7%, 정의당 5%에 이어 '꼴찌'를 했다. 전주 대비 3%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지역별로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79%로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안 대표가 직접 지역을 찾아 호남 민심 얻기에 나섰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은 7%에 그쳤다. 허탈해할 수 밖에 없는 지표가 나오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지금 호남홀대론이 설 자리가 있냐"며 "문재인 정부와 선명하게 각을 세워서 안철수 대표가 대립하면 대립할수록 오히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이번 기회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는 점이다.
70%가 무너졌어도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따라잡을 기회는 통 보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경우 최악의 결과가 불보듯 뻔한 처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어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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