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전 '중도금 무이자 대출' 내걸었다 낭패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시행사·시공사, 중도금 30~50% 대출 무이자 지원
-대출 불가 세대 땐 중도금 3회분까지 잔금 이월 가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분양계약을 끝낸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시행사가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30~50%에 대해 무이자 대출을 진행하고 나머지 금액은 입주 시점에 치르는 잔금으로 넘기는 해법을 제시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화된 중도금 대출 규제가 기존 계약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되면서 혼란이 빚어진 데 따른 조치다.
8일 8·2 부동산 대책 소급 적용으로 인한 피해자모임 등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의 시행사와 시공사는 최근 중도금 대출 제약이 있는 세대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담은 안내문을 계약자들에게 발송했다.
지금까지 중도금 대출 관행은 분양 총액 기준 '계약금 10%+중도금 60%(모두 집단대출)+잔금 30%'였다. 중도금은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 맞춰 집단대출이 되기 때문이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건설사나 시행사의 보증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에서 별도의 심사 없이 단체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시행사와 시공사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내걸었다. 그러나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내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낮추면서 문제가 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1건 이상 보유한 경우 이 비율이 30%까지 내려간다. 또 이 아파트 단지가 속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11개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 내에서는 세대 기준 주담대가 1건 있다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서민·실수요자에 한해 완화된 LTV·DTI(50%) 기준이 적용된다.
설상가상으로 8·2 대책 이전에 분양했더라도 시행사(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중도금 대출 계약을 맺지 않은 경우 이 조건이 소급 적용됐다. 이에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된 A아파트를 포함한 7개 아파트의 계약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자 A아파트의 시행사와 시공사가 중도금 대출 지원 방안을 고안해낸 것이다.
지원 방안은 계약자별로 가능한 범위까지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적용하고, 대출이 안 되는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잔금으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분양 총액이 6억6200만원인 전용면적 59㎡ 계약자의 경우 중도금(60%)이 3억9720만원이다. 8·2 대책 전이라면 모두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책 이후 30~50%만 가능해졌다. 나머지 중도금의 10~30%(6620만~1억9860만원)는 개인 대출로 조달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지원 방안에 따라 계약자별로 중도금 30~50%는 무이자 대출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입주 시점에 치르는 잔금으로 넘길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의 중도금은 내년 1월15일부터 6개월마다 6차례에 나눠 내도록 돼 있다. 잔금을 치르는 입주 예정일은 2020년 9월이다.
아예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엔 중도금 1~3회 차(30%)는 잔금으로 넘기고 나머지 4~6회 차만 개인 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중도금 대출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 돈으로 중도금을 납부했을 땐 중도금 대출이자 절감분을 잔금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A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8·2 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소급 적용되면서 계약자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시행사와 협의해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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