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관악구청장 6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 소리'에서 경로당 방문 일화와 그동안 개선 사항 정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경로당을 찾을 때면 “나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경로당 청년부장입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꺄르르~~~" 하며 웃음보를 터뜨려 한 바탕 웃음 바다가 된다.
경로당을 찾은 정치인이 자신을 "경로당 소속 청년부장"이라고 하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때문에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어르신들로부터 매우 인기가 높은 구청장이다.
물론 스스로 이렇게 표현한 것은 어르신을 잘 모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런 유 구청장이 최근 112개 전체 경로당 순회를 마쳤다. 이번 순회가 네 번째다. 행사 때 또는 수시 방문까지 합하면 민선 5.6기 관악구청장 재임 기간에 경로당 방문만 500회 가까이로 추산된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6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를 통해 어른신 공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처음 관악구청장에 취임한 2010년 늦가을 난향동 국회단지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이 이불을 둘러쓰고 있기에 손을 넣어보니 온기가 별로 없었다. 집이 낡아서 보일러 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예산도 남아 있지 않아 내년 예산으로 수리할 수밖에 없다는 관계부서의 보고받고 곧 바로 “겨울은 코앞인데 어떻게 하나?”며 당장 예비비를 써서 경로당 6곳의 난방 공사를 하게 했다.
유 구청장이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는 발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해결책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체 경로당을 직접 방문, 애로사항을 청취, 보일러나 에어컨을 점검,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보고, 화장실까지 일일이 직접 챙겼다.
이런 결과 접수한 경로당 건의사항이 706건. 이 중 법규상 도저히 안 되는 것 46건을 제외하고 물품 지원 275건, 시설개선 195건 등 660건을 처리했다.
특히 아파트경로당은 구청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아서 독지가나 민간단체, 기업을 연계시키거나 공동주택 지원 사업을 활용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이 직접 다녀보니 경로당마다 형편이 천차만별이었다. 보조금 지원을 면적 기준으로 하다 보니 비좁은 곳은 오히려 보조금도 적어지는 불합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전형적인 행정편의 사례”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모든 경로당을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 4등급으로 분류, 열악한 곳의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차등 지원했다. 예를 들면 임대아파트는 지원 등급을 올리는 등 ‘경로당 활성화 종합계획’을 세워 시설현대화와 운영개선에 적극 나서 경로당 12개를 신설, 6개를 리모델링 또는 증·개축했다.
유 구청장은 특히 단순 쉼터나 중식 장소로만 여겨오던 경로당을 어르신들의 문화·복지·일자리 공간으로 바꿨다.
경로문화대학 운영으로 평생학습을 지원, 특히 ‘세종글방’이란 이름의 한글 교육을 했다. 낙성대동 백설경로당에서 운영하는 세종글방에 가보니 게시판에 92세 할머니가 연필로 써놓은 “태어나서 92년 만에 처음으로 연필을 잡아봅니다”라는 글이 눈물겨웠다.
프로그램도 다양화 했다, 한의사의 침 시술과 에어로빅, 질환예방교육 등 건강교실, 추억의 영화관, 자원봉사와 연계한 안마·미용·수지침·청소 등으로 늘렸다.
신사경로당 옥상에 설치한 친환경 수경재배 같은 수익사업, 어린이집을 방문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머리맡 동화 구연’사업, 잔재 쓰레기 처리 사업은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있다. 요즘은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경로당도 있다.
유 구청장은 “우연히 때가 맞아 서투른 노래라도 한 곡조 선사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었다.
유 구청장은 “물질적인 면보다 어르신을 존경하는 풍토 조성이 더 중요하다. 과장해 말하면 청소년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생각할 뿐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경험을 말하면 잔소리로 치부하며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오늘 젊은이들이 누리는 풍요는 어르신들의 헌신과 희생 덕택이라는 사실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확실하게 가르침으로써 어르신을 존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효도는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가 국가·사회의 일이다. 고령화는 가속화되는데 노인 빈곤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인 문제는 젊은이들의 미래 문제이다.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맺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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