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CEO와 상견례 가진 이효성 방통위원장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KT가 주축이 돼 '오지(5G)'를 우리가 선도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이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또 일본에 가야될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사회를 한다고 한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
6일 아침 7시부터 광화문 모 한정식 식당 앞에는 30여명이 넘는 취재진과 이동통신3사 관계자, 방통위 공무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날은 이효성 방통위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CEO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날 약속은 7시30분부터였는데 박 사장은 7시20분에 약 50미터를 '걸어서' 나타났다. 취재진을 보자 입고 있던 자켓을 벗으면서 환한 표정으로 "아침도 못 먹고 고생한다"고 인사말을 건네며 간담회장으로 들어갔다.
4분 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태운 차량이 식당 바로 앞에 나타났다. 7시 26분에는 황창규 KT 회장의 차량이 식당에 도착, 이통3사 CEO가 모두 모였다.
황 회장은 현대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왔는데, 차량에 KT가 지난 7월 KT스카이라이프와 함께 선보인 스카이라이프 LTE TV(SLT)가 설치돼 있는 것이 주목됐다. SLT는 위성방송과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접목해, 이동 중인 차량이 터널에 진입하더라도 끊김없이 방송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황 회장은 KT가 지난 1월 출시한 인공지능(AI) TV '기가지니'를 사무실과 집에 설치하는 등 평소 KT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약속 시간보다 4분 늦은 7시34분에 식당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까지 이통3사 CEO들은 식당에 마련된 룸에서 대기하면서 사담을 나눴다. 자리는 황창규 회장이 가운데, 양 옆에 권영수 부회장과 박정호 사장이 앉았다. 1953년생인 황 회장이 가장 연장자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1957년생, 박 사장은 1963년생이다.
권 부회장은 "평창 올림픽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기업은 안 되고 개인만 되더라"고 운을 띄웠고, 박 사장은 "우리나라가 5G를 앞서나가니 좋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지난 8시30분 경 오찬자리가 끝났다. 이 위원장은 "KT가 주축이 돼 오지를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에서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보통 업계에서는 5세대 이통기술인 5G를 '파이브지'로 읽지 '오지'로 읽지 않기 때문이다. 오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 정책을 발표하면서 표현한 것으로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를 두고 "다섯지라고 읽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간담회 마치고 이통3사 CEO에게 취재진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는데 박정호 사장만이 이에 답변을 했다. 나머지 CEO들은 말을 아꼈다.
박 사장에게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도시바 인수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일본에 또 갈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또 가야될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사회를 한다고 한다"고 말했으며, 애플과 만남을 가지냐는 질문에 "애플은 따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라고 하는 낸드(플래시) 40% 다 가져가는 것에 대해 미국 IT 업계가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오늘 이사회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SK텔레콤 직원들에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하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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