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7월 우리나라의 여행수지가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으로 입국자는 줄었는데 휴가철을 맞아 출국자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는 65개월 연속 흑자를 냈지만 여행수지가 악화되면서 흑자 폭은 줄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는 약 17억9000만달러(2조253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역대 2위였던 2008년 7월 16억5000만달러 적자보다는 1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달 기록했던 12억8000만달러 적자보다는 5억1000만달러 늘었다.
입국자 숫자는 크게 줄었는데 출국하는 사람들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면서 여행수지가 악화됐다. 7월 국내 입국자수는 약 1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40.8% 줄었다. 그중 중국인 입국자 숫자가 28만명으로 전년 대비 69.3%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출국자수는 약 23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14.5% 증가했다.
노충식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사드 이슈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반면 출국자는 크게 늘었기 때문에 여행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계절적으로 방학시즌인 8월에도 여행수지 적자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서비스수지도 악화됐다. 7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32억9000만달러로 역대 2위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1위는 지난 1월 기록했던 33억6000만달러 적자다.
서비스수지는 악화됐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지속했다. 7월 경상수지는 72억6000만달러 흑자로 6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다만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전년 동월 기록했던 84억달러 흑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출 호조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끌었다. 상품수지는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로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야 흑자가 가능하다.
7월 수출은 472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기록했던 423억달러 대비 11.4% 가량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 시장 호조와 화공품, 철강제품 단가 상승 등이 수출 호조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수입 역시 증가세를 기록했다. 7월 수입은 365억달러로 전년 동월 기록했던 317억달러 대비 15.2% 늘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요 증가와 석탄과 천연가스 단가 상승 등이 수익확대를 이끌었다.
7월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지급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달 5000만달러 적자에서 5억8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송금이나 기부금 등 대가없이 주고받은 거래의 차액을 나타내는 이전소득수지는 7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7월 금융계정은 97억7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7억4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3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68억6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36억6000만달러 늘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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