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일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가장 민감한 국가다. 과거 원폭 피폭의 트라우마를 가진 만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인접국 북한의 동향은 국민과 정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29일 자국 영공을 통과한 북한의 중거리급 탄도미사일도 발사부터 낙하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고 국민들에게 경고하는 신속한 대응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새벽부터 국가안전회의를 주재하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런데 이런 발 빠른 대응의 이면에는 곳곳에서 빈틈이 노출됐다. 우선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문제다.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보유한 SM-3와 항공자위대의 패트리어트 PAC-3 요격 미사일로 이중방어망을 짰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북한의 미사일을 지켜보기만 했다. 마침 이날 항공자위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훈련이 예정돼있었지만 실제 요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언론들은 즉각 요격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본의 패트리어트 보유대수는 34기에 불과하고 사정거리가 짧다. 일본 전역을 방어하기에는 무리다. 최근에는 괌 타격 가능성에 대비해 타 지역의 패트리어트를 이동 배치해 방어 구역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이지스함의 SM-3도 사정거리를 늘리는 작업이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2021년은 돼야 한다. 육상 자위대가 이지스어쇼어라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겠다며 방위비 예산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앞으로도 일본의 미사일 요격 능력이 급격히 향상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사전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려운 이동식 발사대(TEL)대를 활용하고 미사일 동시 발사 기술도 향상시키고 있어 미사일 요격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5분만에 발령된 전국 동시 경보 발령 시스템 'J얼러트'도 허점 투성이였다. J얼러트는 비상사태 발생시 자동으로 해당 내용을 국민에게 전하는 경보 시스템이다.
일본 소방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관계 자치 단체에 전달했지만 각 지역에선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경보가 발령된 12개 현 중 적어도 7개 현의 16개 시읍면에서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다. 휴대폰 종류에 따라 경보를 수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폰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끈 경우도 있었다. 경보를 접한 한 시민은 "경고가 울린 후 대피한다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며 J얼러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에 호들갑을 떤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많은 대응을 해온 일본의 상황이 이 정도다. 만약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 영공을 지나 먼 바다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은 적의 미사일 탐지만 가능하고 요격 능력이 없다. 미군이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ㆍ사드)가 있지만 이 역시 요격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일본도 요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의 대응폭도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민간에 대한 경보와 대응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3일 실시된 민방위 훈련의 모습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전과 같은 훈련이었다지만 국민들의 참여는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수십 년간 이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민들은 심드렁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꼭 안보의식과 연계할 필요도 없다. 호들갑을 떨면서 준비한 일본도 당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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