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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007은 와인으로 스파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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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007은 와인으로 스파이를 잡았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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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부터 우리나라에 영화로 소개돼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재까지 24편(번외 포함 26편)이 시리즈로 나오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최고의 오락영화인 007은 세대를 아우르는 최장수 영화 시리즈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는 다방면으로 뛰어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매너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007 영화는 영국의 작가 '이언 플레밍(Ian Lancaster Fleming)'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탁월한 와인 지식과 미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상대를 파악할 때도 와인과 요리의 조화ㆍ매너 등을 보고 짐작을 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지혜를 가진 스파이로 묘사된다. 이런 제임스 본드를 묘사한 작가의 와인에 대한 지식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은 대학을 졸업한 후 로이터 통신사의 신문 기자, 은행의 증권 중개인으로 일한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정보부에서 첩보 분석가로 근무했던 경력과 여기저기서 들은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이 스파이 이야기를 쓴 것이다. 본인은 스파이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첫 번째 소설인 '007 카지노 로얄(1953년)'에서 제임스 본드가 테탱제(Taittinger) 샴페인을 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007에는 항상 샴페인이 등장한다. 2년 뒤에 나온 '문레이커(Moonrakerㆍ1955년)'에서는 '동페리뇽(Dom Perignon)'이 소개되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ㆍ1956년)'에서는 '볼랭제(Bollinger)'가 나온다.

1962년부터 007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영화가 나오고 2~3년 후에 들어오던 시절이라서, 1965년에 2편인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 먼저 소개됐고, 얼마 안 있어 1편인 '살인번호(Dr. No)'가 들어왔다. 영화 007 위기일발에서 제임스 본드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여자, 수상한 신사와 함께 식사를 한다. 본드와 여자는 가자미 요리에 샴페인을 마시고자 하는데, 신사는 키안티를 주문한다. 생선 요리에 당연히 화이트와인을 시킬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의 레드와인인 키안티를 주문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웨이터가 "화이트 키안티?"라고 묻지만 악당은 단호하게 "레드 키안티"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본드는 바로 수상한 사람임을 알아본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서도 스파이가 웨이터로 변장하고 레스토랑에 있는 제임스 본드에게 접근한다. 웨이터가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을 내놓고 소개를 하자 본드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음식에는 클레릿(Claret)이 더 어울리는데…"라고 하니까, 웨이터는 "물론 그렇지요. 마침 클레릿이 떨어져서…"라고 말한다. 이때 본드는 "이 봐, 보르도 레드와인이 바로 클레릿이야!"라고 하면서 스파이를 바닷물에 내동댕이친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던 웨이터로 변장한 스파이는 본드 앞에서 금방 들통이 나고 만다.


이렇게 제임스 본드는 대상 인물과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을 이용해 상대를 파악하기도 하지만 어떤 자리에서는 와인을 맛보고 메이커와 연도까지 알아맞히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제임스 본드는 엄청난 와인 지식으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한다. 거기에는 숨은 비결이 있다. 상대가 아끼는 미모의 여자에게 미리 접근해 내 편으로 만든 다음 그 집에 어떤 와인이 있으며, 그 사람이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신다는 정보를 알고 접근한다. 물론 영화니까 못 알아맞힐 수는 없다. 제임스 본드는 국가 공무원이니까 정보부 예산으로 유명하다는 고급 와인의 맛을 잘 익혔을 것이고, 그런 와인에 대한 주변 지식까지 습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제임스 본드와 같이 될 수는 없다. 그만큼 와인이 사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많이 알면 알수록 유리한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락 영화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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