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이 시장 흐름을 뒤바꿔 놓았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사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서울 집값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강남권 대표 아파트의 약세 흐름도 엿보인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8ㆍ2 대책이 부동산 과열을 잠재우는 데 효과를 발휘했지만, 가격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22일 KB국민은행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81.2로 지난 4월24일(75.2) 이후 1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8ㆍ2 부동산 대책 시행 전인 7월31일 기준 148.7까지 올랐다. 2006년 11월6일(157.4) 이후 10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8ㆍ2 대책 발표 이후 2주 만에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국민은행이 전국의 약 3800개 부동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아파트 매도세와 매수세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조사한 수치다. 매수세 우위 비중에서 매도세 우위 비중을 뺀 다음 100을 더해 0~200 범위로 산출한다.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많다는 의미다. 반면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매도세가 더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매수세 우위 비중은 8ㆍ2 대책 시행 직전 54.8%에서 지난주 6.3%로 2주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도세 우위 비중은 6.2%에서 25.2%로 4배 늘어났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 지역의 매수우위지수가 77.9로 강북(83.9)보다 낮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ㆍ19 대책 발표 때는 투기수요를 잠재우지 못했다. 하지만 8ㆍ2 대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투기 과열 현상은 사라지고 있다. 관망세를 보이던 강남 다주택자들도 서서히 집을 내놓는 분위기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은 늘어나는데 살 사람이 사라지면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 증감률은 지난 14일 기준 -0.01%를 기록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1월30일 이후 27주 만에 처음이다. 8ㆍ2 대책 시행 전 0.53%까지 올랐던 서초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2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 증감률은 0.37%에서 0.05%로 내려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8ㆍ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다"며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마포구 등 일부 지역의 새 아파트는 가격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8ㆍ2 대책이 발표된 지 20일이 흘렀다. 정부 대책의 성패를 단정하기에는 이른 시기인 셈이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불패신화를 넘어서지 못했던 이유는 부동산의 복잡 미묘한 특성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허점이 엿보이면 시장 흐름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주택자 다수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는 점도 8ㆍ2 대책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도 8ㆍ2 대책의 보완이 뒤따라야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8ㆍ2 대책에서는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 어떤 혜택을 준다든지 하는 지원 방안이 없다"며 "집을 사는 것은 막대한 재산을 투자하는 일인데 집값이 더 내려가 재산 보호가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으면 집을 안 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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