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념상품 구매 '열풍' 됐지만…과거 '세월호 리본' 사건 재조명
'위안부 기림주화' 발행이 확정된 가운데 최근 '위안부 기념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시선을 끈다.
소녀상 미니어처 등 위안부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 '평화의 소녀상 네트워크' 측은 최근 해당 사이트를 통해 '위안부 기림주화' 발행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해당 기림주화 발행 관련 업무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뉴질랜드령 니우에 명의로 제작하려던 위안부 기림주화는 '정치적 논란' 등을 이유로 돌연 제작이 취소된 뒤 13일 만에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명의로 재발행이 가능해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기념주화는 정치·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제3국에서 발행하는 게 관례다. 존 레넌의 기념주화가 영국 본국이 아닌 영국령 올더니에서 발행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판매 가격은 8만9700원으로 발행 자금은 국민 공모 형식으로 마련된다. 다음달 13일 예정된 1300차 수요집회(일본 정부의 위안부 범죄 인정 등을 촉구하며 매주 수요일에 여는 집회) 전까지 발행하는 게 목표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림주화로 얻은 수익금의 70%는 기부하고 나머지 30%는 운영비로 지출된다.
판매 업체만 6곳, 유명 연예인들 착용 사례 증가…대중 관심 이어져
'위안부 기념상품'이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의식을 촉구하고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판매되는 상품을 말한다. 관련 업체들은 판매 금액의 전액 또는 대부분을 피해 할머니를 돕기 위한 성금에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네트워크'를 포함해 국내에서 위안부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약 6곳으로 조사됐다. 업체별 취급 물품이나 디자인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팔찌, 목걸이, 귀걸이, 뱃지, 파우치, 키링, 티셔츠, 소녀상 미니어처 등 다양한 종류의 기념상품이 제작·판매됐다. 판매 금액은 품목에 따라 적게는 2000원에서 5만원을 넘는 것도 있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위안부'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팔찌', '뱃지', '폰케이스' 등이 뜰만큼 기념상품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상당한 편이다. SNS 상에는 위안부 기념상품을 착용한 네티즌들의 인증샷이 쉽게 발견된다. 또한 최근 박보검, 송중기, 전효성, 수지 등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이나 공식석상에 위안부 기념상품을 착용하고 등장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는 하나의 열풍이 됐다.
그룹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의 팬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최근 팬카페에서 진행한 위안부 기념 뱃지 구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강다니엘 팬카페 측은 한 업체에서 무려 366만1200원에 달하는 위안부 뱃지 600개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는 과거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강다니엘이 '의식팔찌'를 차고 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해당 여성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관심 갖는 사회활동에 같이 참여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평소 위안부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위안부 누드집' '세월호 리본' 등…민심 이용한 과거 사례
위안부 관련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 사례도 있었다. 2004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안부 누드집'이 그 예다. 당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던 한 유명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해당 화보집은 '위안부의 비극을 상품화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 제출한 위안부 누드집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서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누드사진 등을 찍고 이를 배포하려 하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가장 기억하기 싫은 고통스러운 장면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모 민심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 일은 세월호 참사 때도 발견됐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배포한 리본 등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시세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한 업체들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일부 업체는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관련 장학재단에 기부한다고 홍보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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