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여파·美中 무역전쟁·北리스크…성장경로 타격 입을 듯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연 3%대 성장률'을 기대했던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하지만 우리경제를 위협할 대내외 리스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성장경로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강경 부동산 대책에 건설투자에 먹구름이 꼈고, 수출은 미ㆍ중 무역전쟁의 파편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 리스크는 이전과 다른 수준의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건설투자는 그간 '외바퀴 성장'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호조에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5분기 연속 50%를 상회했다. 지난해 4분기 75%에서 올해 2분기 56%로 줄긴 했지만 그래도 성장세를 좌우하는 요소인 건 분명하다.
'8ㆍ2 부동산대책'에 건설투자의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집값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건 문재인 정부가 청약과 대출, 거래관련 세제를 총망라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 측은 선분양 제도를 감안해 8ㆍ2 대책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건설투자액(234조2000억원)이 지난 10년간 평균 수준으로 줄 경우 전체 경제성장률을 2.1%포인트 낮추는 압력이 발생한다. 집값을 묶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건설수주가 하락세에 접어든 데다 시장금리가 상승기조에 들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간 우리 성장을 이끌어 온 건 부동산 경기에 기반한 건설투자와 재정지출이었다"며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착공, 건축허가, 분양예정물량 등이 둔화되는 과정에서 강한 대책까지 나와 성장에 있어서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우리나라 수출 호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 기술이전 요구 등에 대해 미국이 조사에 나설 계획인데, 이 결과에 따라 대중(對中) 무역 제재 조치가 전개될 수도 있다. 미국이 '통상법 301조'를 적용,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중국의 대미 무역이 줄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동반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으로 한국의 총수출도 0.25% 감소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이 전개될 경우 미ㆍ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직ㆍ간접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 리스크'는 한국경제의 대내외 리스크를 상승시킬 요소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4일 '지정학적 리스크 재평가' 보고서에서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년과 달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무력충돌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경제심리 악화로 인한 소비와 투자 위축이 직접적으로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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