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유일한 공동개최 행사
회의장선 화기애애…세션 시작되자 돌변
[아시아경제 제주=김종화 기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쌓은 중국인들의 마음 속 장성(長城)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일까.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회 한중 공공외교포럼'. 이곳에는 한ㆍ중 외교당국과 민간 전문가 150여명이 모여 교분을 나눴다. 행사의 주제는 '마음으로 사귀는 우정(以心相交 成基久遠)'이었다. 한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회의장 밖에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한중 당국이 수교 25주년을 맞아 공동 개최한 유일한 행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세션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국 측은 사드로 불편해진 기류가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상호이해를 강조했지만 중국측은 거침없이 사드 배치를 비판했다. "한국이 잘못한 것"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개회사에서 "노자께서는 '돌풍은 아침나절 이상 불지 않고, 폭우는 하루 이상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고 화두를 던졌다. 얼어붙은 한중관계가 풀리기를 염원한 것이다.
발제에 나선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도 "한국은 고대 중국에 대한 이해는 훌륭하지만 현대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중국도 한류를 사랑하지만 한국 현대사와 남북한 분단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필요하다면 (양측의) 교육과정 반영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숨긴 칼날을 드러냈다. 지앙위애춘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세계경제 및 발전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2016년 7월8일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돌연 선언하면서 한중 경제동반자 협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고 한중 관계는 곤경에 빠져들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한중 무역액은 2525.76억 달러로 8.4%감소했고, 대중국 수출은 937.08억 달러, 수입은 1588.68억달러로 각각 7.5%와 9% 줄었다"며 현실을 되짚었다. 또 "사드사건이 가져온 충격은 한국 경제 성장률을 1.07% 하락시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는 0.59%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앙 소장은 그러면서도 "양국의 민간단체가 함께 손을 맞잡고 더욱 더 번영된 세상을 만들 것인지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덕분에 한국이 거대한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이제 사드 탓에 연간 GDP조차 감소할텐데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한국을 궁지로 내몬 것이다.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한국 측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발표자는 없었다.
포럼에 참가한 한국 측 인사는 "중국 국민들은 사드 배치가 중국에 해로운 것인 줄만 알고,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 지식층의 지도부 눈치보기도 극에 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 공공외교대사 외에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중국의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리자오싱(李肇星) 전 중국공공외교협회장이 좌장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