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인당 연봉 9313만원…도요타·폭스바겐 훨씬 웃돌아
통상임금 따른 高인건비 부담
현대차·한국GM 부분파업, 르노삼성도 동참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존을 걱정하는 절체절명의 벼랑끝 위기에 놓였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건비와 매년 반복되는 파업, 여기에 통상임금이라는 시한폭탄까지 떠안으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마저 어려워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2만개 이상의 부품 조립으로 대량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데다 생산 연관성이 커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韓 자동차 업계 인건비 부담, 세계 최고 수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체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 이상으로 제조업의 정상적인 경영지표의 한계선인 10%를 넘는다. 직무급·상여금·성과급으로 구성된 선진국 임금체계와 달리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호봉형 기본급·상여금·연차수당·복지수당 등과 같이 근로자 생산성·기업성과와 무관하게 구성돼 있어 연차에 따라 자동 인상되는 구조다. 여기에 매년 임금협상이 진행되면서 총액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말 기준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폭스바겐(7841만원)을 훨씬 웃돈다.
과중한 인건비 부담은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지면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7%로 폭스바겐(6.3%), GM(4.9%), 도요타(3.8%)에 비해 낮으며 R&D 투자액도 4조원 규모로 폭스바겐의 4분의 1, 도요타의 5분의 2 수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과중한 인건비 부담은 현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까지 약화시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근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겹치며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의 경우 소송에 패소할 경우 총 부담액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연간 1500억원 가량의 잔업·특근비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정기상여금이 높은 구조로 돼 있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이를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이 증가하게 된다. 연장·야간·휴일근무가 많은 자동차산업에서는 특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감 커지는데 노조는 올해도 '파업'=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도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14일 주·야간조가 2시간씩 총 4시간의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4시간의 부분 파업에 나서며 6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회사측은 10일 하루 4시간 부분 파업으로 차량 1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00여억원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까지 2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자랑했던 르노삼성도 올해는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를 위한 임금단체협상 교섭 중지를 신청했다. 조정중지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노조는 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노조는 지난 10~11일 전체 조합원 2322명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2156명이 투표해 2090명(재적대비 90%)이 찬성해 가결됐다.'철수설'로 뒤숭숭한 한국GM 노조도 앞서 지난달 17일 이미 한 차례 4시간짜리 부분 파업을 벌였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악의 파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는 14만2000대 규모의 생산차질을 빚으며 3조1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되며 기아차 역시 노조 파업으로 9만여대, 2조20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매년 진통을 겪고 있는 파업에 올해는 판매 부진과 통상임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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