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기아자동차가 이달 말 열리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3조원 가량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7868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되는 거액이다. 이에 따른 생산차질 규모는 14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 조합원 2만7459명은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받지 못한 통상임금 6869억원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의 이름으로 약 4억8000만원의 대표소송이 제기됐다.
소송 1심 결과가 당초 오는 17일 나오기로 했지만 재판부는 기록 확인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판결을 이달 말로 미뤘다. 기아차로선 잠시 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에 있는 것은 변함없다.
기아차는 소송에서 패소 시 청구금액과 이자를 포함해 약 1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소송 결과가 전 직원에게 확대 적용되면 총 부담금이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조원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사례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가 24번의 파업을 강행하면서 생산차질 14만대, 손해액만 약 3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14만대 정도의 생산차질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14만대는 올 들어 7월까지 기아차 국내판매량 29만9454대의 절반이나 되는 규모다.
회사의 주력 차종인 K3, K5, K7, K9와 비교하면 4개 차종의 7월까지 판매량은 6만9052대로 기아차는 3조원 마련을 위해 K시리즈 판매량 2배 이상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를 헤쳐 나가야할 판국에 또다른 짐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까지 더해지면 생산차질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까지 맞게 되면 유동성이 부족하게 돼 자동차 산업 전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기아차 소송을 포함해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 인정 여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파를 충분히 감안한 합리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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